- 변실금 증상땐 직장탈출증 의심 - 위로 고정하는 복강내수술 효과 - 장기들 종합적으로 관찰해 진단
여성 A(70) 씨는 오래 전부터 변비에 시달렸다. 근래에는 배변이 힘든 데다 외출 때 속옷에 분변이 찔끔찔끔 흐르는 변실금도 나타났다. 참다 못해 병원을 찾은 그는 내직장탈출증과 직장류로 진단되었다. 이에 복강경 수술 등을 동시에 받았다. 그 뒤 3주가 경과한 요즈음은 변비에서 해방되고, 직장이 질 쪽으로 빠져나오는 증상과 변실금도 깔끔히 없어졌다. 그는 좀 더 빨리 치료를 받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골반 바닥 근육의 약화로 인한 여러 증상이 나타난 것을 통틀어 골반저 질환이라고 한다. 주로 중년 이후 여성에게 빈발한다. 여기에는 직장탈출증과 직장류, 자궁 및 질 탈출증, 방광류 등이 대표적 질환이다. 웰니스병원 김지헌(외과 전문의) 원장이 직장탈출증 등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로 중년 이후 여성에게서 골반 바닥 근육의 약화로 생기는 여러 증상을 골반저 질환이라고 부른다. 골반 바닥을 구성하는 장기에는 앞쪽의 방광, 중간의 자궁, 뒤쪽의 직장이 있다. 골반저 근육이 약해져서 이들 장기가 아랫쪽으로 처지거나 심지어 빠져나오는 것이다. 대표적 질환에는 직장탈출증, 직장류, 자궁 및 질 탈출증, 방광류 등이 있다. 웰니스병원 김지헌(외과 전문의) 원장의 도움말로 이 질환과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주요 형태 및 증상
항문 밖으로 직장이 완전히 빠져나온 모습.
직장탈출증은 항문을 통해 직장이 빠져나온 상태이다. 두가지 형태가 있다. 점막만 탈출된 것은 부분탈출증 또는 점막탈출증이라고 한다. 근육층을 포함한 직장 전층이 밀려나온 것은 완전 탈출증이다. 치핵이 항문으로 나오는 것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요즘은 직장이 항문 밖으로 나오기 전 단계, 즉 골반 내부에서 직장이 중첩돼 처지는 것도 내직장탈출증으로 진단한다.
초기에는 배변 때 항문이 빠지는 느낌, 불완전한 배변감, 통증, 직장 내 이물질감, 점액 분비, 폐쇄성 변비(변의는 있으나 막혀서 배출이 안되는 형태) 등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항문이 빠져나와 들어가지 않게 된다. 치핵과 구분되는 특징적 증상은 변실금이다. 진행된 직장탈출증에서는 항문괄약근의 손상으로 약해지기 때문에 점액이 흘러나오거나 가스나 변을 참지 못한다. 이런 변실금은 직장탈출증이 오래될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빠져나온 장 점막이 손상을 입어 선홍색 출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내직장탈출증은 직장류나 질 및 자궁 탈출을 동반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그 원인이 바로 골반저의 근육·인대 약화이다. 이렇게 되면 항상 밑이 묵직한 느낌이 들고 배변이 힘들어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게 된다. 또 배변이나 운동 때 질 쪽으로 불룩하게 밀려나오는 증상을 경험한다.
■효과적인 치료방법
직장탈출증 수술에는 여러 방법이 있으나 크게 항문을 통한 수술과 복강 내 수술로 나뉜다. 전자는 간단한데 비해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주로 전신마취가 위험한 초고령 환자나 다른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 선택될 수 있다. 방법은 하반신 마취나 국소 마취를 하고, 빠져나온 직장을 절제·봉합한 후 다시 항문 안쪽으로 넣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직장을 실바늘로 접어올리고 항문을 더 조여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복강 내 접근법은 빠져나가는 직장을 절제하거나 내려가지 않도록 위쪽에 고정하는 것이다. 요즘 수술은 대부분 복강경으로 이뤄진다.
기존 복강 내 수술법은 직장 주변의 골반 부위에 중요 혈관이나 신경들이 많아서 수술 후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직장의 전벽에만 인공막을 고정시키고 이를 천골의 체부에 고정하는 ‘복강경 전방 인공막 직장 고정술’(위 사례의 여성 A씨가 받았던 것)이다. 이는 직장의 옆이나 뒤쪽을 건드리지 않아서 큰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없고 재발률도 낮다. 또 외부 직장탈출증의 전구 증상인 직장 중첩증(내직장탈출증)인 경우에는 조기 발견해 이 수술을 시행함으로써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동반된 후질벽 탈출이나 직장류, 심지어 자궁탈출증까지 동시 해결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인 수술법이다.
■자궁이나 방광 문제는?
방광이 빠져 내려오는 방광류와 자궁 및 질벽이 질 밖으로 빠져나오는 경우는 비뇨의학과 산부인과에서도 회음접근법보다 효과적인 복강경 수술이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골반저 질환이 복합적이라는 점이다. 웰니스병원 김지헌 원장은 “기둥 하나만 수리해서는 무너진 다리를 종합 복구할 수 없다. 따라서 골반저 질환이 의심되면 직장 방광 자궁 등을 종합 진단해 당장 위험신호가 없다고 해도 복합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번의 복강경 수술로 빠져내려가는 직장을 들어올려 고정할뿐 아니라 질벽이나 자궁, 심지어 방광의 후벽도 처져 내려가지 못하도록 고정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무너져내린 골반 바닥이 어느 정도 위로 올려져서 장기들이 제자리를 찾고 여러 증상들이 개선된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