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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하네, 가렵고 따가운 항문…치루라면 수술이 최선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2-05-03 (화) 11:05 조회 : 513

수술 방법과 예방법


- 농양 생기면 치루 진행 가능성
- 과음 뒤 무른 변·설사 등이 원인
- 절개술은 대변실금 초래 단점
- 씨톤술, 완치율 높고 근손상 적어
- LIFT, 내·외괄약근 보존 탁월

김모(49·남) 씨는 배변을 할 때마다 통증에 시달렸다. 참다 못해 병원의 초음파 검사를 받으니, 항문 괄약근 사이에 농양(고름집)이 발견됐다. 이에 응급수술로 농양을 잘라서 빼낸(절개 배농) 다음날부터는 증상이 호전돼 퇴원했다. 그러나 3개월 이후 같은 부위에서 가끔씩 피와 분비물이 나오고 가렵기 시작했다. 병원을 다시 찾은 그는 ‘치루’로 진단돼 근본 수술을 받았다.
웰니스병원 강동완(대장항문 전문의) 병원장이 치루 환자 수술에 앞서 3D 항문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이 검사로 항문의 농양(고름집), 치루의 진행 정도 및 크기, 괄약근 상태 등을 확인한다.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것으로 항문질환이 꼽힌다. 국내 다빈도 질병인 치질은 치핵 치열 치루 같은 항문질환을 폭넓게 이르는 말이다. 그 중에서 치루는 치핵 다음으로 발생빈도가 높다. 그런데 치루 치료는 안타깝게도 수술이 유일하다. 대장항문질환 전문가인 웰니스병원 강동완 병원장의 도움말로 치루 수술 및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항문 안쪽에는 입안처럼 10개 정도의 항문샘이 있다. 이는 침샘처럼 점액을 분비해 대변이 항문 밖으로 배출되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항문샘으로 대변이 거꾸로 들어가면 점막하 조직이 곪아서 농양이 생긴다. 이 항문샘(내공)으로 대변이 들어가서 길(누관)이 생기고 항문 주위 피부까지 진행해 피부에 구멍(외공)이 생기는 현상이 바로 치루이다. 위에 언급된 환자처럼 농양을 빼내면 3~6개월 후 70% 정도가 치루로 진행된다.

강 병원장은 “항문 농양은 과로와 과음으로 인한 설사, 무른 변 위주의 과민성 대장염 환자에게서 잘 발생한다”면서 “농양이 치루로 진행하는 걸 막기 위해서는 원인이 되는 항문샘을 첫 수술 때 찾아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루로 이어지면 점액이 항문 주위에 분비되면서 가렵고 따갑다”고 설명했다.

수술방법에는 크게 4가지가 있다. 첫째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절개술이다. 피부와 항문괄약근을 절개해 치루관까지 도달한 후 치루관을 긁어내고 그대로 열어 두는 방법이다. 재발 위험의 최소화가 장점이지만, 괄약근 손상으로 항문의 조이는 힘이 약해져 대변실금이 초래되기도 한다.

합병증 발생이 적은 수술 방법들.
다음은 일명 씨톤(seton·관선)술이다. 치루관에 고무줄을 넣어 올가미처럼 묶는 것을 뜻한다. 완치율이 95% 이상이고, 절개술에 비해 괄약근 손상이 적다. 또 노인이나 여성 환자 등에게는 대변실금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씨톤을 완전 제거하기까지 2개월 정도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세 번째는 괄약근간 누관 결찰술(LIFT)이다. 내·외괄약근 사이의 괄약근간을 지나는 치루관을 묶어서 대변이 외괄약근까지 못들어 가게 만들어 치료한다. 내·외괄약근 모두를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재발율이 20% 정도이나, 대변실금의 위험이 없고 항문기능이 완벽하게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염증으로 치루관이 물렁해 묶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씨톤을 2~3개월 설치했다가 치루관을 섬유화로 굳어지게 한 후 LIFT를 시행하면 된다.

마지막은 절개술 후 즉시 내괄약근 성형술(FIPS)이다. 절개한 내·외괄약근을 층층으로 다시 이어서 복원하는 것이다. 보통 항문 수술은 대변으로 인한 감염을 항상 고려해야 하므로 상처를 봉합하지 않고 벌려둬 조직이 차 오르기를 기다린다. 그에 비해 FIPS는 괄약근을 절단한 후 즉시 봉합해 다른 수술방법보다 수술 부위가 감염될 위험이 높다. 하지만 끔찍한 합병증인 대변실금의 위험은 거의 없다.

강 병원장은 “요약하면 치루 수술의 원칙은 치루관 제거와 괄약근 보존에 있다. 수술이 잘 되어도 대변을 참을 수 없게 된다면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그는 “치루 예방을 위해 항문 주위를 청결히 하는 것도 좋지만, 과음이나 음식으로 인한 무른 변 또는 설사를 조심해야 한다”면서 “특히 설사는 작은 대변의 입자가 항문샘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유의할 것은 항문 농양이 생기면 신속하게 절개술 및 배농술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상처 범위가 작아지고, 치루로 진행되더라도 누관의 길이가 짧아져 치루 근본 수술 때 통증이 적고 대변실금 위험도 작아진다.

강 병원장은 “전신 건강이 곧 항문 건강”이라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운동하면 건강수명이 늘어난다. 소장과 대장이 건강해지고 우리 몸의 세포를 건강하게 만든다. 치루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시영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