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한 데다, 남성 난임 환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공공정자은행이 조속히 설립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남성 난임 분야 치료와 공공정자은행 추진에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부산센텀병원의 비뇨의학과에서 박남철 경영원장이 진료를 하고 있다.
올해 2월 말 부산대 의과대학(비뇨의학과)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하고 이달 초부터 부산센텀병원의 경영원장으로 진료를 시작한 박남철 전 부산대병원장(재단법인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이사장)은 자신의 행보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부산대 의대 교수로만 32년8개월간 봉직한 그는 퇴임 후에도 쉬지 않고 자신의 지식과 오랜 진료 경험 및 노하우 등을 공익적 봉사에 쏟아붓겠다는 의지다.
우선 난임 문제에 대해 박 원장은 “남녀 모두에게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임 원인을 보면 남성 40%, 여성 40%이고 나머지 20%는 남녀 공동으로 거의 같은 만큼 부부가 함께 검사를 받아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최근 10년간 남성 난임 환자 증가율이 여성보다 두 배 높은 만큼 남성 난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또 “우리나라의 연간 출생아 수가 이미 20만 명대로 떨어졌다. 그런데 출산 의지와 양육 여건을 갖추고도 난임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여러 요인 때문에 배우자 정자의 동결 보존이 필요한 사례도 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의학적 도움을 줘야 한다. 그리고 정자 동결 보존과 기증, 공급 등의 국가적 네트워크와 관리 시스템을 갖춘 공공정자은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국가 차원의 공공정자은행을 운영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관련 법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을 통한 불법 정자 매매행위도 늘어나는 추세다. 박 원장은 그런 맥락에서 (재)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의 운영 활성화와 사업 추진에도 적극 노력할 생각이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인구절벽 및 난치성 난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비영리 공익재단으로 창립됐다.
사실 그는 정년 퇴임을 앞두고 지역의 10여 개 병원으로부터 ‘러브콜’ 세례를 받았다. 올해 대학병원 퇴임 교수들 중 그가 ‘최대어’이고, 비뇨의학계의 거목으로 손꼽히는 까닭일 터다. 그런 과정 끝에 정형외과 전문 의료기관으로 유명한 부산센텀병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센텀병원은 그를 경영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비뇨의학과를 처음 개설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고 의료수요가 많은 지역인 데다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센텀병원이 종합병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신축 사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오랜 대학병원 시설 건립·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려는 뜻도 담겼다. 여기에는 그와 부산대 의대 및 고교 동문 친구인 박종호 센텀의료재단 이사장의 요청도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박남철 원장은 “돌이켜보면 나의 인생 1, 2막은 공부와 (의대 교수로서) 일이었다. 이제부터 인생 3막은 봉사에 역점을 두겠다”면서 “과거에는 퇴임 후 대부분 쉬었는데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남성 난임 환자에 대한 진료와 가임력 증진뿐 아니라 공공정자은행연구원 사업 등의 공익적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