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저출산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출생만 해도 2만10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더욱이 출생보다 사망이 많다 보니 인구 수가 24개월째 자연감소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지 못해서 고통 받는 난임·불임 환자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 점에서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우선 난임 부부에 대한 진료와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
난임 전문 의료기관인 세화병원의 이상찬 병원장이 환자 진료와 관련해 모니터로 설명하고 있다. 이 병원장은 “난임 극복을 위해서는 마음의 안정, 주위의 배려와 도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화병원 제공
난임 전문인 세화병원의 이상찬 병원장은 이 분야 명의로 손꼽힌다. 부산대 의대 교수 출신으로 30년 가까이 난임 진료의 외길을 걸으며 수많은 새 생명의 탄생과 함께해 왔다. 그만큼 난임 진료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그런 이 병원장이 오랜 진료 경험과 그에 얽힌 애환, 인생역정 등을 담은 회고록을 펴냈다.
책 제목부터 진한 느낌을 준다. ‘쌍둥이를 원하십니까 - 이상찬 병원장의 생명 이야기’(사진). 그가 서두에 적은 것처럼, ‘오늘도 임신의 희망을 품고 있는 모든 난임 부부에게 바치는 책’이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이 병원장의 난임 진료 관련 스토리를 들어봤다.
“난임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의 안정이 중요하다. 너무 조급해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임신하기 더 힘들다”고 이 병원장은 설명한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긍정적 생각을 갖는 게 좋다는 뜻이다. 실제 그런 사례도 상당수 있다. 3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인공 수정에도 임신에 계속 실패하자 마지막 방법으로 아기를 입양하려고 병원의 불임진단서를 끊어갔다. 그런데 입양을 하고 9개월여 후 자연임신이 됐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임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해진 영향일 터다. 또 다른 난임 여성은 첫째를 시험관 아기 시술로 힘들게 낳은 후 둘째는 자연임신으로 출산했다는 것이다.
네 차례의 시험관 아기 시술 실패로 낙담했던 40대 중반 여성의 사례도 잊을 수 없다. 주사를 맞아도 난자가 나오지 않는 그 여성에게 이 병원장은 당분간 임신 생각에서 벗어나 남편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도록 권했다. 그렇게 여행을 하고 돌아온 여성은 자연임신이 되었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고 병원에 찾아온 50대 여성의 사례도 있다. 그 여성은 늦은 나이로 임신이 어렵자 다른 사람의 난자를 어렵게 공여 받았다. 이후 체외수정으로 결국 임신에 성공해 쌍둥이를 낳았다고 한다. 힘든 과정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것이 결실을 거둔 셈이다.
이 병원장은 “임신이 되는 과정은 자연현상이자 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난임 환자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한 번에 임신하고 그것도 쌍둥이까지 낳는데, 어떤 사람은 똑같은 시술을 여러 번 받아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난임 환자가 마음을 편히 갖고 치료를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주위의 배려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 병원장은 지적한다.
그는 특히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데다, 스트레스와 사회적 환경 등으로 인해 난임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들 중 38세 이상이 전체 50%를 넘는다”면서 “임신율은 여성의 난소 나이와 관계가 있다. 난소 나이가 젊을수록 임신율이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녀가 아이를 낳는 것은 이 지구상의 축복이며 그에 따른 행복과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시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