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아 염색체 이상 땐 유산 ↑ - 정상 배아 선별 후 자궁 이식 - 건강한 자녀 낳을 확률 껑충 - 다운증후군 등도 파악 가능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 추세와 여성 임신 연령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난임을 겪는 부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나이가 많으면 배아의 염색체 이상이 증가해 임신 성공률이 떨어지고, 심지어 유산 및 기형아 발생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부산 세화병원 내 무균실에서 의료진이 착상 전 배아 유전자 선별 검사를 하기 위해 배아의 일부 세포를 채취하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남성의 ‘정자 희소’ 등으로 인해 난임 진단을 받는 사례도 부쩍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시험관 아기(체외 수정) 시술을 받는 부부의 상당수는 배아가 자궁에 착상되지 않아 임신에 계속 실패하거나 반복적인 유산을 경험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 A(37) 씨의 경우 습관성 유산으로 상당 기간 고통을 받았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시험관 아기 시술을 4차례나 했는데,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매번 유산을 거듭한 것이었다. 30대 후반인 여성 B 씨의 경우 남편의 정자가 매우 부족한 ‘희소 정자증’으로 인해 난임에 시달렸다. 그래서 3년여 동안 여러 차례 시험관 시술을 받았지만 아이를 갖지 못해 실의에 빠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착상 전 배아 유전자 선별검사(PGS)’ 덕분에 결국 임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 검사는 시험관 아기 시술로 얻어진 배아를 자궁 내 착상하기 전 상태에서 소수 배아의 세포를 채취해 유전질환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전적으로 정상적인 배아만을 선택해 자궁에 이식함으로써 유산 위험을 낮추고, 건강한 아기를 낳을 확률을 높이는 최신 기법이다. 그렇다 보니 전체 검사 건수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보통 임신 초기에 자연 유산이 생기는 원인을 보면 ‘태아의 염색체 이상’에 따른 것이 전체 60% 이상을 차지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염색체에 문제가 있으면 배아에 염색체 이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여성의 나이가 고령일 때도 발생빈도가 높다고 한다.
난임 치료 전문의료기관인 세화병원의 이상찬 병원장은 “배아에 이상이 있으면 착상에 실패하거나 착상 후 유산을 초래하면서 습관성 유산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더라도 이상 질환이나 기형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여성의 나이 및 개인 특성에 따라 채취되는 난자 수가 다르겠지만,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는 것으로는 염색체 이상 유무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따라 배아 이식 전에 염색체 수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착상 전 유전자 선별검사’ 기법이 개발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A, B씨의 경우 이 검사 결과에 따라 수정란으로부터 1, 2개의 정상 염색체 수를 가진 배아를 찾아내 이식함으로써 임신에 성공하게 됐다.
검사 과정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5, 6일째 된 배아에서 소량의 세포를 회수한다. 이어 그 세포 내의 유전자 즉 DNA를 분리·증폭하는 기법을 활용해 46개 염색체의 수적 이상 유무 및 결손 등을 판별하는 것이다. 세화병원 김재명 난임의학연구소 소장은 “이 검사를 통하면 다운증후군이나 에드워드 증후군, 파타우 증후군 등과 같이 염색체 수 이상에 따른 발생 질환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의할 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배아·태아 대상의 검사를 할 수 있는 유전질환은 관계법에 따라 63개 종류의 진단만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이 검사가 100% 완벽하거나 만능은 아니다. 염색체에서 비정상적인 결과가 나와 배아 이식을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고, 배아에서 소수의 세포만 채취해 진단하기 때문에 구조적 이상이나 유전적 이상까지는 완전하게 선별하기 힘들다.
따라서 검사 시행 전에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상찬 병원장은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