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비말 차단하는 마스크, 섬유재질 일정 정도 햇볕 막지만 파장 긴 자외선A 피부 속 침투
- 흐린 날에도 자외선 높을 수 있어
- 외출 30분 전에 지수 확인 필수
- 차단제, 마스크 접촉 부위 사용
■마스크, 자외선 완벽 차단 안 돼
평소 등산을 즐기는 50대 남성 A 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을 찾았다. 마스크를 쓰니 불편하기는 했지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돼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전 유난히 햇볕이 강한 날 등산 후 마스크를 착용했던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껴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마스크가 자외선 차단을 완벽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동안 마스크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았던 사실을 후회했다.
본격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한낮에 30도 안팎의 더위와 함께 자외선 지수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뉴스 때마다 피부 관리에 주의하라는 기상캐스터의 당부가 반복된다.
자외선 지수는 태양고도가 최대치일 때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 B 영역의 복사량을 0~11까지의 지수로 환산한 것을 말한다.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드러기 수포 홍반 발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하면 화상이나 쇼크로 이어진다. 자외선 지수가 높은 날은 특히 피부가 약한 노약자와 피부질환자라면 자외선 차단제인 선크림을 바르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작년부터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마스크가 햇볕을 가릴 수 있다는 선입견과 함께 날씨가 더워질수록 마스크 속 온도와 습기로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탓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이가 늘고 있다.
보통 옷에 의한 자외선 차단 효과는 UPF(UV Protection Factor) 지수로 표시한다.
UPF가 15~24이면 93~96%, 25~39이면 96∼97%, 40 이상이면 97.5%까지 자외선 차단이 가능하다. UPF는 옷의 실이 굵고, 올이 촘촘할수록, 그리고 잘 세탁된 것일수록 높아진다.
마스크 역시 섬유재질로 제작돼 일정 정도의 자외선 차단 효과는 있다. 한 실험에 따르면 한낮의 자외선 강도가 900μw/㎠일 때 KF94 마스크를 쓰게 되면 자외선 강도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지만 여름철 많이 쓰는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200μw/㎠대로 측정돼 자외선 차단 효과가 현저히 떨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는 미세먼지나 비말 등을 차단하는 기능 위주여서 자외선 차단 효과는 주요 기능이 아니다. 파장이 긴 자외선 A는 마스크를 뚫고 진피까지 깊숙하게 침투할 수 있어 KF94 마스크를 착용해도 피부 보호를 위해선 반드시 선크림을 발라야 한다.
■자외선 지수 매일 챙겨야
기온이 높을 땐 기초 스킨케어 단계를 줄이고 유분이 적고 가벼운 제형의 선크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콧대 등 마스크와 접촉이 많은 부위를 신경 써 발라줘야 한다. 선크림은 외출 30분 전에 발라야 하며, 땀을 흘렸거나 마스크를 쓰고 벗는 과정에서 지워지면 다시 덧발라야 한다. 귀가 후에는 바로 세안을 해야 하며, 사용한 마스크는 재활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동병원 피부미용성형센터 김초록 과장(피부과 전문의)은 “피부 건강을 위해 외출 전 자외선 지수를 확인해 단계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며 “자외선에 오랫동안 노출돼 피부가 붉어지면 일정 시간 후 가라앉기도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피부과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흔히 햇볕이 쨍쨍한 맑은 날에만 선크림을 발라야 한다고 오해하지만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방출되는 자외선이 있고 흐린 날에도 자외선 지수가 높을 수 있기 때문에 날씨보다는 자외선 지수에 따라 선크림을 발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외선 지수가 0~2 낮음 단계라면 자외선 복사로 인한 위험이 낮지만 노약자나 햇볕에 민감한 피부라면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3~5의 보통 단계부터는 긴팔 모자 선글라스 등으로 신체를 가리고 선크림을 발라야 한다. 6~7의 높음 단계에서는 1, 2시간 햇볕에 노출되면 화상을 입을 수 있어 햇볕이 가장 강한 대낮에는 그늘에 머물러야 하며 선크림을 정기적으로 덧발라야 한다.
8 이상의 매우 높음 단계에서는 오전 10시~오후 3시 외출을 자제하고, 11 이상의 위험 단계에서는 수십 분 이내에도 화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능한 외출을 삼가야 한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