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세계 고혈압의 날’
- 30세 이상 10명 중 3명 보유
- 초기 증상 없어 무심코 방치땐
- 뇌졸중·심혈관질환 등 합병증
- 평생 완치 없어 예방·관리 중요
- 정기적 혈압체크와 식습관 개선
- 자전거·수영 등 유산소운동 도움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따금 노인이 뒷목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거나 쓰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가족들은 고혈압을 의심하지만 의학적 측면에서 이는 편견에서 비롯된 오류다. 목이 뻣뻣한 증상은 대부분 고혈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뒷목이 뻐근한 것은 스트레스로 인한 근육 경직이 원인일 때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 수는 2016년 589만553명에서 2019년 651만2197명으로 3년간 10.5% 늘었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이 고혈압이다. 부모가 고혈압이면 자식이 고혈압일 확률은 50%가 넘는다. 유전적 요인이 아니더라도 혈관의 노화는 숙명처럼 고혈압을 발생시킨다. 60대 인구의 절반, 70대는 60%가 고혈압이다. 이미 우리 곁에 한두 명의 고혈압 환자가 있는 셈이다.
오는 17일은 세계 고혈압의 날. 이날은 세계고혈압연맹(WHL)이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과 예방을 위해 지정했다. 이참에 고혈압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
■초기 증상 없어 ‘침묵의 살인자’
혈압은 피가 혈관을 통과할 때 혈관 벽에 미치는 압력이다. 해서, 혈압은 심장이 제대로 뛰고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뿜어낼 때(수축기 혈압) 가장 높고, 심장이 확장하면서 혈액을 받아들일 때(확장기 혈압) 가장 낮다.
화가 나거나 과도한 긴장 상태일 때 흔히 ‘혈압이 오른다’며 고혈압을 떠올리지만 고혈압은 이런 상황보다는 원인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혈압이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성인 기준으로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인 경우다.
고혈압은 성인병 중 가장 흔한 질환이지만 동시에 가장 치사율이 높은 원인질환이다. 암 다음으로 높은 사망 원인인 뇌졸중과 심혈관 질환은 고혈압의 대표적 합병증이다. 초기에 큰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아픈 데가 없으니 무심코 방치하다가 합병증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다반사다. 혈압이 높다고 해서 당장 생명을 위협하진 않지만 수술로 완치가 된다거나 단기간 고칠 수 있는 질환이 아닌 만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없는 만큼 평소 혈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체크해야 하며 ▷고령 ▷가족력 ▷비만 ▷흡연 ▷음주 ▷염분 섭취 ▷신체활동 부족 등 위험요인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해야 한다.
대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김수형 과장(순환기내과 전문의)은 “고혈압은 완치할 수 있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평생 약과 함께 규칙적인 생활습관, 꾸준한 운동으로 평생 관리해야 하는 동반자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심폐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며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혈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생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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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김수형 과장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체크하고 있다. |
일주일에 3번, 30분 이상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체중이 줄지 않더라도 운동 자체 효과를 통해 혈압이 낮아지고 심폐기능 개선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은 시작 전 심장에서 먼 부위부터 천천히 스트레칭을 해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운동이 처음이라면 낮은 강도로 시작해 서서히 강도를 올려야 한다. 유산소 운동을 먼저 실시해 신체 긴장을 완화하고 근육을 풀어준 뒤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 후 마무리 스트레칭 없이 갑자기 운동을 끝내버리면 어지럼증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심박수가 분당 100회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10분 정도 마무리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고혈압이 심하면 혈압 관리 및 조절을 위해 운동 전·중·후 혈압을 체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무리가 되면 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운동 중 호흡이 어렵거나 현기증 근육통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안정을 취해야 한다.
김 과장은 “가슴 통증, 심장병 과거력, 운동 경험이 없는 고령층 등은 안전을 위해 운동 시작 전 의료진 상담이나 운동부하 검사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