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수 매년 3.5% 감소 추세…20·30대 환자 수는 계속 늘어
- ‘건강하다’ 생각에 검진율도 낮아
- 원인으로 밝혀진 바이러스 HPV
- 주로 성관계 통해 감염 후 전파
- 생리기간 아닌데 출혈 있거나
- 질 분비물 악취 날 땐 검사 필요
직장인 K(25) 씨는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평소보다 피곤함을 느끼며 출혈 증상을 보였지만 업무 증가로 인한 스트레스로 여기며 병원에 가지 않았다. 6개월 이상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자 병원을 찾게 됐고, 자궁경부암의 전암 단계인 이형성증으로 진단돼 원추절제술을 받았다.
자궁은 여성의 ‘제2의 심장’이다.
자궁경부암은 여성 암 중에서 발생 비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암이었다. 그러나 자궁경부세포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자궁경부암의 전암 단계에서 많이 발견돼 조기 치료가 이뤄짐으로써 7위로 낮아졌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환자는 1999년 10만 명당 9.7명에서 2017년 5.2명으로 매년 3.5%씩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여성의 나이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젊은 층의 자궁경부암이 늘어나는 이유는 조기 성경험으로 인해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의 발암 인자로서 HPV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 암 검진 수검 통계에 따르면 20, 30대 여성의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약 20%에 그친다. 암 검진을 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국립암센터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젊으니까 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산부인과를 꺼리는 인식이 강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자궁경부암이란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여성 생식기 암이다. 자궁경부암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암이 되기 이전인 전암 단계를 상당히 오래 거치게 된다. 자궁경부암 중 주로 발병하는 암은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편평상피세포암과 10~20%의 선암 등 2종류로 나뉜다.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은 자궁 경부 바깥쪽에서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보다 안쪽에서 발생하는 선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선암은 발견하기도 어렵고 예후도 나빠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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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루이송여성의원 송근아 원장이 자궁경부암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
자궁경부암은 수많은 암 중 유일하게 원인이 밝혀진 암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원인은 HPV 감염 때문이다. 바이러스 모양이 사람의 유두와 비슷해 이같이 명명된 HPV는 현재까지 종류만도 200가지가 넘는다.
자궁경부암은 발생 위험도에 따라 저위험군과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대개는 저위험군 바이러스(HPV 6·11형)로 인체 표피에 사마귀를 만들며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감염으로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고위험군 바이러스(HPV 16·18·52·58)는 지속적인 감염상태를 유지해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이형성증으로 발전하며 이 중 일부는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PV는 주로 성관계를 통하여 전파된다. 성경험이 있는 여성 10명 중 1명이 감염되어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한 바이러스다. 성관계를 일찍 시작한 여성이나 여러 명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일수록 암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감염 후 정확하게 어떤 과정에 의해 자궁경부암이 발생하는지 현재까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HPV 감염과 더불어 다른 요인들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테면 흡연,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성병의 일종인 클라미디어 감염, 과일과 채소의 섭취가 적은 식이, 장기간 경구피임약 사용, 출산 횟수가 많은 경우 등이 그 예다.
자궁경부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으며, 대부분 진행된 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것이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며, 질 분비물의 증가나 골반통 및 요통, 배뇨·배변의 변화 등도 또 다른 증상이 될 수 있다.
루이송여성의원 송근아 원장은 “평소 생리기간이 아닌데 출혈이 있거나 악취가 나는 질 분비물 등의 증상이 있으면 출혈에 관계없이 검사가 필요하다”며 “자궁경부암은 유일하게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암”이라고 말했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