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기 전 무증상 많아 검진 필요
- 혈압에 따른 뇌압 상승이 주원인
- 가족력 있으면 발병률 6, 7배 ↑
- 스트레스 등 생활습관 관리 필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외야수 민병헌(34)이 지난해 초 두통이 심해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뇌동맥류로 진단받았다. 지난 시즌 내내 비밀로 하다 최근 이 사실을 공개한 후 지난 22일 수술을 감행했다. 7년 연속 3할을 쳤던 타자가 지난해 타율이 2할3푼대로 추락한 이면에는 뇌동맥류라는 질환과 이에 따른 심한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뇌동맥류’라는 질환에 대해 새삼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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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삼선병원 권위현(왼쪽) 신경외과 과장이 뇌동맥류 환자를 대상으로 인터벤션 치료(코일 색전술)를 하고 있다. |
뇌동맥류는 뇌에 혈류를 공급하는 혈관 벽의 일부가 풍선이나 똬리처럼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이 혈관이 터지는 게 소위 말하는 뇌출혈이다. 뇌동맥류가 ‘뇌 안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이유다. 일단 터졌다 하면 20% 정도는 파열 후 병원 도착 전에 숨지고, 30%만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나머지는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파열 전까지 대부분 무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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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벤션 수술 전과 후. |
뇌동맥류는 알려진 바와 달리 파열 전까지는 대부분 무증상이다. 뇌동맥류가 터졌을 때 의식이 있는 환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아주 심한 두통이 동반된다고 한다. 목 뒤의 뻣뻣함, 간질발작 등도 나타난다.좋은삼선병원 권위현 신경외과 과장은 “민병헌 선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과 어지럼증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뇌동맥류가 발견된,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말했다.
최근 뇌동맥류 환자가 느는 것도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검진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검사비용이 예전에 비해 낮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뇌동맥류는 CT혈관촬영(CTA), 자기공명 혈관촬영(MRA)으로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만일 두 검사로 뇌동맥류가 의심되면 뇌혈관을 가장 정밀하게 검사할 수 있는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하여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뇌동맥류는 약물로 완치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최선의 치료방법은 조기 발견과 파열 전 수술뿐이다. 파열되기 전 뇌동맥류는 뇌동맥류의 위치, 크기, 모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방법은 클립 결찰술(개두술)과 인터벤션 치료(코일 색전술)가 있다. 전자는 이마 부위 두개골을 열고 클립 같은 고정 핀으로 미세현미경을 통해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를 졸라매는 수술법이다. 수술상처가 머리에 남는 단점이 있다.
후자는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에 있는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에 가느다란 도관을 넣은 뒤 뇌동맥류 내부에 백금 등으로 만든 특수 코일을 채워 혈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후자인 인터벤션 치료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전자인 클립 결찰술보다 자주 이용된다. 인터벤션 치료를 할 경우 평균 3일 정도 입원 후 퇴원한다.
권위현 과장은 “민병헌 선수처럼 파열 전 수술하면 95% 이상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뇌동맥류의 출혈이 발생하면 재파열이 2주 내에 25% 이상 나타나며, 재출혈 시 예후 및 생존율은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른 진단과 치료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두통 자주 생기면 병원 찾아 검사
뇌동맥류의 파열은 혈압으로 인한 뇌압 상승이 주원인이다.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질환이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혈압을 높이는 음주, 흡연,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또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힘을 줘서 대변을 보거나, 격렬한 성관계 등 갑작스럽게 혈압을 높이는 행동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가족력도 무시 못 한다. 민병헌 선수의 부친은 민 선수가 중1 때 뇌출혈로 사망했다. 직계가족 중 뇌동맥류 환자가 있었다면 발병률은 6, 7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권위현 과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두통 등이 있다면 단순 스트레스 혹은 일시성으로 여기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흥곤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