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 노화·기허 등이 원인
- 체외 역박동 치료기 ‘EECP’
- 반신불수·언어 장애 개선
- 고혈압·심장질환 치료 기여
겨울이 오면 뇌졸중 환자가 늘어난다.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오르거나 혈액의 점성이 높아져 혈관이 쉽게 막히거나 터질 수도 있다. 흔히 중풍으로 불리는 뇌졸중은 뇌혈관이 좁아져 막히거나 터져 뇌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한국인 사망률 1위가 암이라면 뇌졸중은 단일 장기 질환 사망률 1위일 만큼 치명적이다. 사망하지 않더라도 반신불수, 언어 장애, 감각 장애, 운동 실조증, 연하 장애 등이 후유증으로 나타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
강병령 광도한의원 원장이 EECP라는 ‘체외 역박동 치료기’로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며 뇌졸중 환자의 후유증 치료를 하고 있다. |
한의학에서 중풍의 원인으로는 크게 계절적 소인의 풍(風), 심리적 갈등 현상으로 인한 스트레스 및 정신적 긴장의 화(火), 몸속의 진액이 변질된 물질로서 고지혈증이나 혈전 등과 관련이 있는 담음(痰飮), 노화 현상 등 원기가 부족한 상태의 기허(氣虛), 비만이나 체질적인 소인의 습담(濕痰), 비정상적인 혈액의 어혈(瘀血) 등이 있지만, 이들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중풍은 우선 약물요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각각의 원인에 따라 몸속의 기혈(氣血)을 순조롭게 잘 소통시키면서 심신의 균형을 잡아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침구 및 재활 치료를 겸하면 회복이 더 잘 된다. 뜸 치료도 병행하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진통 효과를 지닌 뜸 치료는 저하한 신경을 흥분시키고, 과민한 신경을 진정시킨다. 혈행을 왕성하게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여기에 위장의 흡수 능력을 향상시키고 병리적 산물, 예를 들어 피하출혈·뇌출혈·수종·염증 등의 흡수를 빠르게 하는 효과도 있다.
최근 뇌졸중 후유증 치료에 기저질환의 치료와 함께 전신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새로운 치료 기법이 주목받고 있다. 뇌는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의 20% 정도가 공급돼야 원활한 기능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중풍 후유증 치료는 뇌혈관의 혈류량 증가와 순환 개선이 핵심이다.
EECP(Enhanced Extra Counter Pulsation)라는 ‘체외 역박동 치료기’가 그것으로, 심장이 이완(확장)될 때 사지에서 박동을 시켜주는 치료다. 존스 홉킨스, 하버드 등 미국의 900여 유명 대학 및 의료기관에서 뇌질환 및 심장질환, 말초혈관질환에 사용되는 이 치료기는 미국 FDA와 유럽 CE 승인을 받은 장비다.
원리는 간단하다. EECP 치료 때 팽창 가능한 커프를 환자의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에 감싸고 심전도(ECG) 케이블을 몸에 부착한다. 기계와 환자가 심장의 신호를 정확하게 주고받아 환자의 심장이 이완할 때 커프를 압박해 혈류를 심장 쪽으로 끌어올리고, 심장이 수축할 때 압을 빼 혈류를 받아들이는 원리다.
압력은 심장의 이완기 단계에서 엉덩이 방향으로 진행되고, 관상동맥 혈류에 대한 저항이 최저수준에 있을 때 관상동맥으로 혈류량을 증가시켜준다. 커프의 압력은 심실이 분출할 때 혈액을 더 충만하게 채워줌으로써 돌아오는 정맥의 혈류량을 증가시켜준다. 이로써 심장과 뇌에 혈류량을 늘려 좁아진 혈관을 이완시키고 혈류를 개선한다.
또 혈관의 탄성을 회복하도록 유도하고, 산화질소가 동맥 내벽에서 많이 방출되도록 해 새로운 혈관의 생성을 돕는다. 증가된 혈류량으로 인해 치유력과 혈관의 기본상태가 향상된다.
EECP는 중풍 발생의 원인이 되는 기저질환인 고혈압과 당뇨 및 심장질환 치료·개선에도 사용된다. 기저질환은 그 자체로도 중풍을 재발시킬 수 있는 원인이자 중풍 후유증 치료에 악영향을 미친다. EECP 치료를 통해 동맥의 탄성도가 증가하게 되고, 이는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전신 혈액순환에 과부하를 덜어준다. 이러한 작용으로 기저질환을 개선해 중풍 후유증 치료에 기여하게 된다.
광도한의원 강병령 원장은 “EECP는 중풍 발생 후 빈번히 발생하는 반신불수, 언어 장애, 감각 장애, 운동 실조증, 연하 장애 등의 후유증을 치료하는데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