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조유나 해운대부민병원 뇌신경센터 과장·신경과 전문의
어질어질…어지럼증, 내 몸이 휘청대는 신호
원인 많아 질환별 치료법 다양…구토 나오고 언어장애 온다면 뇌경색·뇌종양 등 의심해봐야
- 갑상선 등 내과 질환 악화 땐
- 이차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 MRI·혈액검사 등 맞춤 진단
- 비디오안진검사 치료도 효과
50대 직장인 김은미(여·52) 씨는 최근 어지러움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평소 두통이 심하고 가끔 메스꺼웠지만, 어지럼증이 심하진 않았다. 단순한 과로나 빈혈 정도로 여겨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영양제를 복용하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증상과 빈도가 심해졌다. 뇌 MRI(자기공명영상)·MRA(혈관조형술) 등을 진행했지만 모두 정상이라고 들었고, 어지럼증은 더 심해졌다. 자세한 병력 청취와 약물 투약 등을 통한 진단 결과, 두통 발작 이외에 어지럼증을 동반한 전정성 편두통으로 밝혀졌다.
■환자 5년 새 27% 증가
어지럼증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 10명 중 3명은 일생 적어도 한두 번은 겪는다. 어지럼증이란 주위의 공간이 자신이 기대하는 움직임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이다. 흔히 어찔어찔하다고 표현하는 현기증으로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걷는 자세가 불안하고, 자신이나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상황을 겪게 된다. 심하면 멀미처럼 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76만3442명에 달했다. 2010년 59만8036명과 비교하면 5년 새 27.7%나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어지럼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어지럼증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이다.
■다양한 원인과 증상
어지럼증은 정도와 지속시간, 악화 인자에 따라 나뉘고 유발하는 질환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특히 급성기 어지럼증에서 뇌혈관 질환의 발생은 응급 상황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주로 뇌 MRI·MRA는 뇌경색 뇌종양 등 뇌 병변에 따른 어지럼증을 구분하기 위해 이뤄진다. 어지럼증이나 구토가 비교적 갑자기 발생하고, 급격한 의식 혼란과 언어장애, 얼굴이나 몸의 감각 변화, 위약감 등이 동반된다.
하지만 이런 뇌질환에 따른 어지럼증 발생보다 훨씬 흔하고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이석증과 같은 귀 질환으로 인한 어지럼증이다. 뇌혈관 질환 이외의 원인으로 발생한 어지럼증을 '말초성 어지럼증'이라고 하는데, 이석증은 말초성 어지럼증 가운데 가장 흔하다. 누울 때, 누워서 고개를 돌릴 때, 혹은 누웠다 일어날 때 등 특징적인 자세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말초성 어지럼증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갑작스러운 귀 혈관의 허혈 후 올 수 있는 전정신경염, 청력 저하를 동반한 메니에르병 등이 있으나 흔치 않다. 오히려 만성대사질환인 고혈압, 당뇨, 갑상선 질환, 빈혈 등의 다양한 내과 질환이 악화될 때 이에 따른 이차적 증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 경우 천천히 지속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이와 함께 극심한 스트레스나 불안 등의 심리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심인성 어지럼증도 있다. 특히 공황장애 등으로 인한 급성 발작 시 발생하는 심인성 어지럼증은 환자들이 응급실로 실려 올 정도로 어지럼증 정도가 심하지만 약제 투약 이후 증상 호전 효과가 비교적 좋아 반드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해운대부민병원 뇌신경센터 조유나 과장이 환자에게 비디오안진검사를 하고 있다.
■증상에 맞는 진단법과 치료를
해운대부민병원 뇌신경센터 조유나 과장은 "어지럼증은 말초성, 중추성, 심인성 등 원인이 다양한데도 뇌 MRI 검사 결과만 괜찮으면 무조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며 "모든 환자의 증상이 똑같지 않고, 환자가 어지럼증 증상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므로에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신경학적 진찰을 받고 뇌영상 이외에도 동적 자세검사, 혈액검사·심전도·혈압·비디오안진검사, 청력검사 중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어지럼증의 원인이 전정기관 이상으로 의심된다면 비디오안진검사를 하게 된다. 몸의 평형을 잡아주는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안구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면서 일정한 방향과 속도를 가지고 움직인다. 이것을 안진이라고 하고 정확한 측정을 위해 비디오 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으로 녹화를 해서 컴퓨터로 분석하게 된다. 이석증 환자의 경우 비디오안진검사 이후 두위변환술로 치료를 시작하면 빠르게 회복된다. 어지럼증 증상은 원인이 많고,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며, 뇌졸중 등으로 인한 뇌 질환과 관련된 어지럼증의 경우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어 어지럼증 증세가 있으면 어지럼증 센터가 있는 병원을 찾아 신경과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2017년 5월 16일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