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병원 전문진료 <3> 부산마이크로병원 수족부질환 치료·미세수술
- 임상 경험 많은 전문의 4명
- 24시간 응급수술 체계 구축
- 힘줄·신경 등 재건·봉합부터
- 손가락에 발가락 이식까지 확대
- 공병선 원장 18년째 한우물
- 세계3대 인명사전 등재되기도
손은 인간이 생활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손을 통해 문명을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본질을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아는 점에서 파악하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와 관련 있다. 많이 사용하다 보니 손은 각종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산업 현장에서 기계에 의해 손과 발이 절단되는 사고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문에 손이나 발가락이 끼여 부러지거나 잘리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KBS '위기탈출 넘버원'의 문 끼임 사고편에 소개됐듯이 일상 속 자동문, 회전문, 방문, 자동차 문 및 트렁크 문에 끼이는 안전사고가 의외로 많다.
부산마이크로병원 공병선(왼쪽) 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이 지난 24일 오후 왼쪽 손목이 3분의 2가량 잘린 환자를 대상으로 소형 확대경(loupe)과 미세현미경을 활용해 접합수술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손과 발은 맨눈으로 정확히 볼 수 없는 지름 1㎜ 이하의 신경, 혈관, 힘줄 같은 작은 구조물로 복합적으로 구성돼 현미경을 이용해 크게 확대한 다음 섬세하게 봉합·재건하는 미세수술이 필요하다. 이런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야가 수부외과다.
■손가락 접합서 발가락 전이까지
수부·족부 및 미세수술 전문병원인 부산마이크로병원은 풍부한 임상 경험을 지닌 공병선 병원장을 포함한 전문의 4명이 24시간 응급수술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 수부·족부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이들 의료진은 손가락재접합술, 미세재건술, 방아쇠수지(손가락이 딸각거리며 잘 안 펴지는 증상), 인대 손상 같은 수부 질환과 당뇨병성 족부질환,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는 증상), 아킬레스건 파열, 족저근막염(걸을 때 발바닥이 아픈 증상) 같은 족부 질환을 두루 다루고 있다.
손가락재접합술은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 잘린 손발 부위를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혈관, 신경 등을 재건·봉합하거나 여러 가지 복합조직(뼈, 피부, 지방, 근육, 힘줄)을 이식해 본래의 기능을 복원하는 수술이다. 미세재건술(유리피판술, 살이식술)은 손이나 발의 뼈, 인대, 혈관을 감싸는 살 부분이 잘려 노출됐을 때 이를 덮기 위한 수술 방법으로, 신체 다른 부위의 살과 함께 신경, 조직, 혈관까지 떼 결손 부위에 이식한다. 한술 더 떠 발가락을 손가락으로 옮기는 발가락전이술도 나왔다. 공 원장은 "오래전에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등 외상으로 손가락을 잃어버렸거나 악성 종양이나 선천성 기형으로 손가락을 절단했거나 없을 경우와 절단된 손가락 부위의 손상이 심해 재접합이 불가능할 경우 엄지발가락이나 두 번째 발가락을 손가락으로 이식하는 발가락전이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3대 인명사전 등재
수부외과는 의사들이 힘들어서 기피하는 '3D' 진료과목이다. 손가락 절단 환자가 생기면 밤에도 호출되기 일쑤고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부위를 다뤄 수술이 아주 꼼꼼하고 섬세하므로 체력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젊었을 때 수부외과를 진료하다가 몇 년 지나면 힘들어 정형외과로 바꾸는 탓에 10년 이상의 노하우를 갖춘 수부외과 전문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지난 24일 오후 본지 취재진이 공 원장을 취재하는 도중 손목이 3분의 2가량 잘린 응급 환자가 발생하자 공 원장은 급히 수술하러 갔다. 공 원장은 "이런 긴박한 상황이 일상이다. 한 달에 절반 가까이 집에 못 가고 야간 응급실을 지켜야 해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공 원장은 18년째 수부외과로 한길을 걸은 덕분에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등재됐다.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와 마르퀴스 후즈후 2010년판에 이름을 올렸고 2011년에는 IBC가 주는 히포크라테스상을 받았다. 공 원장은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병원에 연수를 가서 현지 의료진과 함께 '손목 표재 정맥을 이용한 살 이식술'에 관한 논문을 미국 수부학회지(Journal of hand surgery)에 게재한 게 계기가 됐다.
항상 주위살피기 습관화, 절단땐 즉시 수부외과로-명의 공병선이 알려주는 문 끼임 예방 및 응급처치법
일상생활에서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생기는 원인 대부분이 문이다. 자동차 문 및 트렁크 문, 대문, 장롱 문, 자동문, 회전문…. 문을 여닫을 때 어린이를 비롯해 다른 사람이 손을 무심코 걸쳐놓을 수도 있으므로 주위를 살피고, 천천히 그리고 살살 닫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편이 부인과 대형마트에 갔다가 트렁크에 짐을 싣고 나서 아내의 손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문을 쾅 닫았는데 아내의 손가락이 잘린 경우도 있다.
손가락이 절단됐을 때 가능한 한 빨리 수부외과가 있는 병원에서 가서 접합수술을 받아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의 세포가 죽기 때문이다. 잘린 손가락은 상온에서 8시간을 견딜 수 있다. 절단 부위를 생리 식염수나 물로 가볍게 씻은 뒤 조직이 마르지 않도록 물기가 있는 거즈나 수건으로 싸서 비닐봉지에 넣어 가져오는 것이 좋다. 이동 중에는 압박붕대로 절단 부위를 지혈하면서 심장보다 높게 올려준다. 장거리 이동할 경우 얼음으로 온도를 4도로 낮추면 24시간까지 견딜 수 있다. 단, 잘린 부위와 얼음이 닿지 않아야 한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2017년 2월 28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