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 최고의 처방전은 가족 배려와 올바른 자세 ]
메디클럽 병원장 8인에게 들어본 '명절증후군' 극복 방법
- 척추·관절 통증부터 우울증까지
-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성 질환
- 서서 일할 땐 바닥에 발판 준비
- 좌우 번갈아 다리 올리면 도움
- 부모님 생활습관 유심히 살펴
- 허리·관절 건강 체크로 효도를
언제부터인가 명절 하면 명절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차례상 준비와 과도한 가사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주부들과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아빠들에게 명절은 마냥 행복하고 설레지만은 않다. 명절증후군이란 명절 전후에 육체적·정신적 피로로 발생하는 일종의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척추·관절·목·어깨·손목 통증, 두통, 소화불량, 우울증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명절 직후 정형외과와 한의원에는 척추, 관절 환자가 급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본지는 부산의 대표적 척추·관절 특성화 병원 원장과 한의원 원장에게 명절증후군을 극복하고 즐거운 설을 보낼 수 있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이들 원장은 "명절증후군 극복은 가족 구성원들의 배려가 전제돼야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명절을 준비하는 주부는 차례상과 음식을 준비할 때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굽히는 자세나 동작이 많아 즉 척추와 무릎 관절에 부담을 준다. 박원욱병원 박원욱 대표병원장은 "숙이는 자세는 가만히 서 있을 때보다 허리 디스크(추간판)에 가해지는 하중은 4배 이상이어서 추간판이 짓눌려지고 약해져 손상되고 통증이 유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바닥에 앉아 있는 자세가 되면 하중은 더 커진다. 효성시티병원 김종순 병원장은 "명절 음식을 할 때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 자세는 허리와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므로 바닥이 아니라 식탁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서 일할 때 바닥에 발판을 준비해 한쪽 다리를 번갈아 올렸다가 내리면 허리에 무리가 덜 간다. 높은 선반 위에 그릇을 올리거나 꺼낼 때 발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가능한 한 허리를 굽히지 말고 무릎도 같이 굽혀 들되 물건을 몸에 붙여서 들어야 허리에 부담이 적다.
명절 음식 준비와 청소, 설거지로 손목이나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하는 주부가 많다. 손목 부위의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거나 신경을 압박해 손목과 손가락, 손바닥이 저리고 통증이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 증상이다. 부산본병원 하상훈 대표병원장은 "손목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팔을 쭉 펴고 한쪽 손은 손바닥이 앞으로 보이도록 한 뒤 나머지 한쪽 손으로 손끝을 잡아당겨 주는 스트레칭을 10회가량 양손을 번갈아 하거나 예방 차원에서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 고정된 자세로 장시간 앉아있게 되면 근육이 긴장하게 되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허리와 목에 좋지 않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어야 하므로 디스크로 가는 영양분을 감소시켜 추간판이 약해질 수 있다. 김종순 병원장은 "장거리 운전을 할 때의 바른 자세는 의자 등받이의 각도를 100~110도로 유지하고 엉덩이를 좌석 깊숙이 넣어 등받이에 붙여야 한다"며 "허리가 등받이에서 멀어지고 목을 앞으로 내미는 거북목 자세를 취하면 목뼈와 근육에 과부하가 생겨 통증과 피로감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부민병원 정흥태 이사장은 "장시간 운전할 때 엉덩이를 최대한 시트에 밀착시킨 뒤 쿠션으로 등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좋지 않은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상·하체 근육이 뭉쳐 통증이 발생하고 차가 밀리는 상황에서 액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으면서 장거리 운전을 하면 종아리 근육에 경직이 온다. 예방법은 자주 쉬면서 스트레칭하는 것. 허리는 물론 허벅지, 종아리의 앞뒤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면서 스트레칭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원욱 병원장은 "무릎 연골을 위해서라도 1~2시간에 한 번씩 차에서 내려 가벼운 운동을 하면 좋다"고 말했다. 휴식을 위해 차에서 내릴 때도 조심해야 한다. 메트로적추병원 조철민 병원장은 "경직된 자세로 오랜 시간 장거리 운전 후 차에서 내릴 때도 급작스럽게 허리를 비틀면 척추 염좌(삠)가 생길 수 있어 가볍게 몸을 푼 뒤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윷놀이할 때 주의
바른병원 강정한 대표병원장은 "윷놀이나 화투치기 같은 놀이를 할 때도 장시간 앉아 있으면 목 건강을 해치고 허리에 통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너무 오래 하지 않고 바닥보다 식탁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과도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은 거북목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강정한 병원장은 "소파 팔걸이를 베고 잠이 들거나, 침대에서 높은 베개를 베고 책이나 TV를 시청해도 목뼈가 앞으로 숙여지게 돼 목 통증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칭은 이렇게
부산세바른병원 김훈 병원장은 "스트레칭이 명절증후군을 이겨내는 최고의 비법"이라며 스트레칭 요령을 소개했다. 스트레칭 강도는 억지로 강하게 할 필요는 없고 뻐근함과 통증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정도가 적당하다. 횟수는 한 동작에 기본 2~5회 반복하며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눠 하루 세 번 이상 하는 게 효과적이다. 시간은 동작당 30~60초 정도. 호흡법은 숨을 들이쉴 때 배를 내밀어주고, 내쉴 때는 배를 안으로 들이민다. 어떤 부위를 움직이고 있는지 느끼면서 근육과 관절을 움직여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부모님 아픈 곳 찾아 효도를
하상훈 병원장은 "평소 자주 뵙지 못하는 부모님이 어디 아프신 데는 없는지를 점검해 허리·관절 건강을 지켜 드리자"고 제안했다. 부모님의 평소 생활습관을 유심히 살펴본다면 더 큰 병이 오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 병원장은 제시하는 부모님 무릎과 허리 건강 체크법을 보면 ▷무의식중에 "아이고, 무릎이야, 아이고, 허리야"라는 말을 반복한다 ▷앉았다가 일어날 때 책상이나 선반을 잡는다 ▷가족들 모르게 진통제를 복용한다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고 이동 속도가 느려졌다 ▷무릎에서 '뚜 두둑'하는 소리가 자주, 크게 들린다 ▷예전과 달리 다리가 O자형으로 휘어졌다 ▷ 다리를 온전히 펴거나 구부리지 못한다 ▷계단을 겁내면서 외출을 꺼리고 움직이기 싫어한다 ▷집 안에서 이동할 때 앉은 채로, 혹은 기어서 다니는 일이 잦다 ▷밤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자주 깬다 등이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2017년 1월 24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