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김훈부산세바른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
[디스크 재발 막으려면 허리근력 키우세요]통증 원인만 제거하는 수술, 습관·관리소홀 재발률 15%
- 앉은채로 아래 서랍 열기
- 키보다 낮은 싱크대 쓰기
- 허리 부담주는 자세 고쳐야
- 무조건 침대서 쉬기 보다는
- 수영·가벼운 산책으로 재활
아들 집에서 손주를 봐주고 있는 이모(여·62) 씨의 통증은 지난달 초 새로 산 김치냉장고가 집에 들어왔던 날부터 시작됐다. 무거운 김치통을 들고 내리는 작업을 반복한 뒤부터다. 진통제만으로 참아오다가 며칠 가지 않아 엉덩이와 다리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병원을 찾아 아픈 다리를 서서히 들어 올리는 '하지직거상검사'를 했다. 하지직거상검사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다리를 들어 올릴 때 통증이 나타나면 허리디스크일 가능성이 높다. 이 씨의 오른쪽 다리는 45도 정도로 절반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검사 결과 이 씨의 병명은 '추간판 탈출증'. 척추와 척추 사이에 쿠션 역할을 하는 부분을 '추간판'이라고 하는데, 추간판 가운데 넓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 '수핵'이고, 이를 싸고 있는 단단한 띠는 '섬유테'다. 허리에 있는 수핵이 섬유테를 밀고 나오면서 생기는 질환을 추간판 탈출증, 흔히 허리디스크라고 한다.
이 씨는 오른쪽으로 비켜 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눌러 오른쪽 다리에 증상이 나타난 것. 일주일 후 문제의 디스크를 제거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받았고 증세는 말끔히 사라졌다.
하지만 수술 한 달여 만인 이달 중순 이 씨는 다시 수술대에 누워야 했다. 퇴원하자마자 손주를 안았다 들었다 재우고 씻기는 등 아이를 돌봐주는 일이 척추를 다시 자극한 탓이다.
■허리디스크 재발률 5~15%
허리디스크의 경우 전체 수핵을 100이라고 본다면 튀어나와 문제를 일으키는 수핵은 보통 10 이하다. 남아 있는 90 정도의 수핵 중에 일부는 언제든지 다시 튀어나와 재발성 허리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의학적 정의대로라면, 디스크의 재발은 치료 후 최소 6개월간 통증이 없는 시기를 겪은 뒤 다시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치료 후 통증 없이 지낸 기간과는 관계없이 다시 비슷한 통증이 시작되고, 통증의 원인이 먼저 치료했던 부위와 같은 위치와 방향으로 탈출한 디스크라면 재발이라고 볼 수 있다. 재발은 치료 후 주로 3개월 안에 생기며 재발률은 5~15%다.
김훈 부산세바른병원장은 "재발 원인을 전에 받았던 수술이나 시술 그 자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치료 후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나쁜 생활습관, 유전적 원인, 기저질환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잘못된 생활패턴이 재발 초래
남성은 회복 기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 채 사회생활로 복귀하는 것이 재발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바닥의 무거운 물건을 든다든지, 앉은 채로 책상 아래 서랍을 연다든지, 회전의자를 사용해 허리만 틀어 옆쪽을 향하는 등의 자세는 일하는 동안 쉽게 취할 수 있는 자세지만 허리디스크를 재발시킬 수 있다.
여성은 집안일이 허리디스크 재발의 주범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허리 근육이 약해 디스크 수술 후에는 자주 허리를 굽히는 것을 자제해야 하지만 실제 가사를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가능한 한 등이 둥글게 굽지 않도록 하고, 언제나 체중이 두 발에 똑같이 실리게 하며 절대로 엉거주춤한 자세를 장시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방 싱크대가 허리가 굽어질 정도로 낮다면 높게 조절하고, 높다면 발판을 놓아 높이를 맞추는 게 좋다. 장롱이나 선반 위처럼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낼 때도 반드시 발판을 이용하고, 발끝으로 간신히 버티고 선 채로 두 손을 뻗는 자세는 척추에 무리를 주므로 피해야 한다.
■허리디스크 치료 후 관리법
디스크 치료는 사실 통증이 되는 원인만 제거한 것이므로 재활과 운동으로 허리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 없이는 완치되기 어렵다. 수술이든 비수술이든 치료 후 재발을 막으려면 평소 허리에 부담을 주는 생활습관을 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 병원장은 "어떤 환자는 시술 후 가벼운 스트레칭조차 혹시나 허리에 부담이 될까 봐 누워서 꼼짝도 안 하지만, 침상에서 지나치게 오래 안정을 취하는 것도 허리디스크 재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디스크 수술을 받은 환자는 허리 근력이 일반인보다 약해진 만큼 수술 후에 침상 안정보다 재활치료를 통해 서서히 척추와 근육의 운동량을 늘려 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허리 근력이 강화되면 척추를 받치는 힘이 늘어나 허리디스크 재발을 방지할 뿐 아니라 뼈의 부담을 줄여줘 통증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운동으로는 가벼운 산책이나 수영 등이 괜찮다. 처음에는 빠른 걸음으로 걷고, 조금 익숙해지면 하루 2회로 횟수를 늘리는 게 좋다. 수영도 물속에서 천천히 걷는 것부터 시작해 허리의 유연성과 힘을 향상한 뒤 자유형이나 배영을 해야 무리가 없다. 접영과 평영은 척추에 무리를 준다. 척추환자는 준비운동 없이 갑자기 수영을 하면 오히려 허리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도움말=김훈부산세바른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척추 건강 십계명
1. 반드시 절주, 금연한다
2. 한 자세로 1시간 이상 있지 않는다
3. 걸을 때는 먼 곳을 바라본다
4.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는다
5. 매일 30분 이상 바른 자세로 걷는다
6. 손에 짐을 들 때는 양손에 나누어 든다
7. 엎드린 자세로 잠 자지 않는다.
8. 골프 등 한쪽 근육만 쓰는 운동 피한다
9. 기름진 음식은 피한다
10.통증이 3일 이상 계속되면 전문의와 상의한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2016년 12월 17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