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 이영욱 세바른병원 원장·관절외과 전문의]
< 관절이 보내는 '통증 시그널' 지나치면 안 돼요 >
- 무릎·어깨 뼈마디 재생 힘들어, 적절한 운동으로 근력 키워야 -
- '뚝'하는 소리 나면 전문의 상담
- 비수술 치료로 나아질 수 있어
- 등산땐 30분 산행후 10분 휴식
- 술·담배 관절 건강에 해로워
#1. 왼쪽 무릎 관절내시경 수술의 예후가 좋았던 남자 환자(43)가 5년 만에 이번엔 오른쪽 무릎을 절뚝거리며 다시 병원을 찾았다. MRI(자기공명영상)로 상태를 보니 '반월상연골판'이 파열됐던 왼쪽보다 상태가 훨씬 심각하고 퇴행성관절염 증상까지 보였다. 등산광인 그는 수술 후에도 늘 하던 대로 일주일이 멀다 하고 등산을 즐겼다. 왼쪽 무릎처럼 오른쪽 무릎에도 미세하게 반월상연골판에 손상이 있었는데, 이를 방치해 퇴행성관절염으로까지 진행된 것이다.
초승달을 닮았다 하여 명명된 '반월상(半月像)연골'은 허벅지뼈와 종아리뼈 사이에서 충격을 완화시켜주고 관절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쪼그려 앉거나 일어날 때, 갑자기 방향을 돌릴 때 순간적으로 무릎이 아프면서 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반월상연골판 손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럼 관절을 위해서는 운동을 아예 하지 않는 쪽이 현명할까. 대답은 '아니요'다. 운동이 지나치게 부족해도 관절은 빨리 퇴화한다.
#2. 회사원인 김모(35) 씨는 계단을 오를 때마다 무릎이 너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살이 많이 찐 탓에 다이어트 목적으로 계단 오르기를 시작했는데 무릎 통증이 갑자기 심해졌다. 진단명은 '슬개골연골연화증'. 무릎을 굽히고 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슬개골의 연골부분이 탄력을 잃어 발생하는 관절 질환이다. 슬개골연골연화증의 경우 최근 20, 30대 젊은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장시간 하이힐을 신거나 무리한 다이어트 등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두 환자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무릎 관절이 손상되었다는 사실은 같지만 원인은 정반대다. 한 사람은 관절을 너무 많이 써서, 또 한 사람은 너무 안 써서 탈이 났다.
관절은 일종의 소모품과 같아서 쓰면 쓰는 대로 닳는다. 세바른병원 이영욱 원장은 "관절을 위한 운동은 관절 주변 근육을 단련시켜 관절의 부담을 덜어주고 동시에 관절 구조물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풀어주는 정도로만 해야 한다"며 "관절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자제하고 술 담배 등 관절 건강에 해로운 기호식품을 멀리해야 충분히 관절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관절 위해 유의해야 할 운동은
봄철 무릎 관절에 유의해야 할 운동은 등산과 축구. 건강의 비결로 손꼽히는 오름짓의 연속인 등산은 평지를 걸을 때보다 관절에 체중의 3~5배의 무게가 실린다. 코스가 길고 험할 땐 무릎 관절의 부담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완만한 코스로 30분 산행 후 10분 휴식을 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축구는 많이 뛰는 데다 갑작스런 방향 전환이 잦다. 뛸 때 무릎 관절에 실리는 무게가 평소의 5배 정도이고, 방향 전환 땐 무릎 관절 손상이 잦고 부상 위험도 높다.
어깨 관절에 치명적인 운동은 테니스·배드민턴·야구. 테니스와 배드민턴의 경우 팔을 드는 동작이 많아 쇄골 끝에 있는 뼈인 견봉과 어깨 힘줄이 부딪히는 충돌증후군이 발생하기 쉽다. 야구는 팔을 크게 휘두르는 운동으로 공을 세게 던지는 동작이 어깨에 무리를 준다. 특히 투수는 팔을 뒤로 심하게 젖히면서 공을 던지기 때문에 어깨 힘줄이 찢어지거나 어깨뼈 사이에 말려들어가는 부상이 잦다.
헬스클럽에서 역기를 들다 '뚝'하는 소리와 함께 어깨 통증이 생겼다며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은데, 이는 어깨의 회전근개 파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목 부상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거나 준비운동 없이 갑잡스럽게 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발목이 습관적으로 접질리는 상황으로 이어지다 발목 관절염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세바른병원 이영욱 원장이 스포츠광인 한 여성 환자의 팔 부분을 관찰하고 있다.)
■ 운동 후엔 꼼꼼한 스트레칭을
운동 후에는 반드시 사용하지 않은 쪽 허리나 팔, 다리의 스트레칭도 꼼꼼하게 하는 등 간단한 노하우만 알아도 운동으로 인한 지나친 관절 손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영욱 원장은 "평소 무리하지 않는 적절한 운동으로 근력을 보강하는 데 유의하고, 운동 후 생기는 작은 통증도 주의 깊게 살폈다가 전문의를 찾아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의료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관련 장비 또한 첨단이지만 누가 뭐래도 관절은 자기 관절을 오래도록 사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관절은 피부나 머리카락 등과 달리 한 번 망가지면 재생하기가 무척 까다롭고 회복되기도 어렵다. 특히 연골은 닳아 없어지면 재생이 거의 불가능하다. 요즘은 초기 관절 손상의 경우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프롤로테라피나 체외충격파와 같은 비수술 치료법이 잘 발달해 있어 빨리 병원을 찾기만 하면 시술로도 얼마든지 치료 가능하다.
2016년 4월 26일 화요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