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 강창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신경외과 과장]
< 뇌졸중 '3시간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
- 응급대처, 이것만은 기억을 -
(강창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신경외과 과장이 뇌출혈 환자의 뇌 CT 사진을 보며 상담하고 있다.)
- 기도확보 등 최소한의 접근만
- 민간요법 동원 땐 경과 악영향
- 물·약제 투입 환자 숨길 막아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 온 한 60대 초반의 남성. 건강하던 이 남성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건 그의 뇌혈관이었다. 뇌는 인체의 모든 기능을 조절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중추기관이다. 하지만 뇌에 이상이 생기면 그 어떤 사람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뇌졸중 환자가 특히 늘고 있다. 한국인 사망률 1위가 암이라면 단일 장기 질환 사망률 1위는 뇌혈관 질환이다. 이 질환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다행히 목숨을 구하더라도 치명적인 장애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뇌는 목 앞쪽과 뒤쪽 4개의 큰 동맥으로부터 혈액을 공급받는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것을 뇌졸중 혹은 뇌혈관 질환이라 한다. 그중 동맥경화에 의해 혈관이 좁아져 막히거나 심장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것이 뇌경색이며,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뇌가 손상되면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장애를 입게 된다.
뇌졸중의 파괴력을 아는 사람들은 알아서 금연과 절주을 한다. 균형 잡힌 식단을 짜고 규칙적인 운동도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혈압과 당뇨를 적극 조절하고 혈중 지질농도에 관심을 가진다. 심지어 뇌혈관을 미리 촬영해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는 모두 뇌졸중의 예방뿐 아니라 건강한 생활을 하는데 중요한 일들이다.
하지만 막상 뇌졸중이 발생하거나 뇌졸중 환자를 마주치게 되면 전문가가 아닌 한 누구라도 당황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의료상식을 총동원하지만 근거 없는 상식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겨울철 뇌졸중 환자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초기 대처요령과 병원 도착 전에 취해야 할 중요하고도 간단한 사항을 알아본다.
■ 숨쉬기 편한 자세가 중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어떤 방법으로든 숨쉬기 편한 자세를 취해 주어야 한다. 사람이 숨을 쉬지 않고는 불과 몇 분을 견디지 못한다. 어떤 응급상황이라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이 원활한 산소 공급이다. 의식을 잃으면 자세를 스스로 교정할 수 없다. 특히 목을 가눌 힘이 없으므로 중력에 따라 목이 꺾이거나 혀가 말려들어가 공기의 흐름에 지장을 주기 쉽다. 이럴 경우 생존과 회복에 필수적인 산소 공급 지장을 초래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원활한 산소 공급을 위해 숨쉬기 편한 자세를 취해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음으로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뇌졸중의 거의 모든 경우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예후가 더 좋아진다. 특히 뇌경색의 경우 비록 마비가 왔더라도 빨리 병원에 도착하면 막힌 혈관을 다시 개통시켜 마비를 되돌릴 수도 있다. 골든타임은 대략 3시간 이내이다. 주변에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으면 평소 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혈관 촬영이 가능한 병원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원으로 이송 중에도 뇌에 산소공급이 지장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구급차가 아닐 경우에는 조수석에 앉히기 보다는 뒷좌석에 눕히는 것이 좋다.
■ 손발 따는 민간요법 절대 금지
민간요법에 의거해 절대 손발을 따지 않아야 한다. 간혹 사람이 의식을 잃으면 손발을 따서 피를 흘리면 좋다는 말을 떠올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 뇌졸중 중 특히 출혈성 뇌졸중은 최초 출혈 직후 재출혈의 위험성이 가장 높고 시간 경과에 따라 점차 위험성이 감소한다. 또 혈압과 출혈량이 비례한다는 보고가 많다. 출혈 직후 가장 위험한 시기에 인체에서 가장 예민한 부위인 손발 끝을 따는 것은 심한 통증 자극으로 자율신경계를 자극한다. 그 결과 혈압상승을 초래하여 재출혈의 위험성을 높여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병의 경과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입으로 아무것도 먹이지 말아야 한다. 뇌졸중으로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입으로 들어간 것이 식도를 통해 위로 가기보다는 공기의 흐름에 따라 폐로 가기 쉽다. 그러면 물리적으로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여 폐에서 산소를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한다. 이차적으로 이물질들이 폐에서 염증을 초래하여 폐렴으로 발전하면 더욱 심각한 상황을 일으키게 된다. 혼미한 상태에 있는데 정신 차리라고 물을 마시게 한다든지 효용이 불분명한 약제를 입으로 넣는 것은 환자의 숨길을 막는 행위이다. 이는 금식 기간을 짧게 하여 마취가 필요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뇌졸중은 그 경과나 결과가 중한 질병으로, 의료인이 아니면 환자에게 실제로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강창구 신경외과 과장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려고 한 일이 해가 되는 안타까운 경우를 제법 봤다"며 "때로는 모르면서 행하기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6년 1월 19일 화요일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