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 전기정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소화기내과 과장]
< 술술 넘기다 아차차… 간의 뒤늦은 비명 >
- 잦은 음주 땐 알코올성 간 질환 -
- 지방간·간염·간세포암 등 유발
- 알코올로 인한 사망의 25% 차지
- 초기증상 안 나타나 인지 늦어
- 가장 중요한 치료는 금주지만
- 간경변증 등 진행될 땐 늦어
- 단백질 보충 영양요법 겸해야
젊은 시절부터 과도한 음주를 한 여성 박모(55) 씨는 최근 두 달간 식사 대신 매일 막걸리만 2병 이상 마시다 결국 탈이 나 병원을 찾았다. 그는 심한 쇠약, 식욕부진, 우측 상복부 통증, 발열 등을 호소했다. 심한 황달이 보이고 다량의 복수가 의심됐다. 혈액검사에서 바이러스성 간염과 자가면역성 간염 등의 증거가 없어 쉽게 알코올성 간질환이 의심됐다. 컴퓨터 단층촬영(CT)에서 간 표면의 결절성 변화, 비장의 종대 등 간경변증에 합당한 영상학적 소견이 나타났고 혈액검사에서 혈소판 감소증, 저알부민혈증, 심한 혈중 빌리루빈의 증가 등 중증 알코올성 간경변증으로 진단됐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지방간, 지방간염, 알코올성 간염, 간세포암 등과 함께 알코올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알코올성 간질환의 하나이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알코올에 의한 사망의 25%를 차지한다. 참고로 매년 음주로 인해 지구촌에서 250만 명이 사망하는데 이는 사망 원인의 4%에 해당된다.
■ 알코올에 의한 사망 25% 차지
알코올 소비량이 안전 상한선을 초과할 때 간세포의 조직학적,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한다. 구미 기준으로 남성은 총량 600kg, 여성은 150~300kg 이상의 알코올을 소비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의 경우 소주 500cc로 환산할 때 20년간 매일 마시는 양으로, 상대적으로 저체중일 경우 기준치보다 적은 양으로도 간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알코올 소비량과 알코올성 간질환의 중증도가 비례하지는 않지만 이 중 10~30%는 중증 간질환인 알코올성 간염 및 간경변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전기정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소화기내과 과장이 간경변증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우선 병력 청취가 중요하다.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 등 각 질환에 합당한지 확인해야 한다. 지방간은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알코올성 간염과 간경변증인 경우 피로, 식욕부진, 복통, 황달, 발열, 복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함께 만성 음주력을 판단할 수 있는 혈액검사인 혈청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 전달 효소와 알라닌 아미노 전달 효소, gamma glutamyl phosphatate 등의 검사를 해야 한다. 또 간과 비장의 형태, 지방증의 정도 등을 확인하기 위해선 간 초음파, 컴퓨터 단층촬영 등의 영상의학 검사를 통해 알코올성 간질환의 증거를 찾아야 한다. 간 조직 검사도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금주. 금주만으로도 간경변증 같은 심한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생존율이 증가하고 간 조직이 호전돼 간경변증의 진행을 억제한다. 특히 진행성일 경우 간세포암 발생이 증가한다. 간경변증이 발생한 후의 금주는 간세포암 발생을 감소시키지 못하므로 간경변증 전 단계에서 금주를 시작해야 한다.
알코올이 갑자기 중단되면 빈맥, 발한, 손 떨림 등 자율신경계 항진 증상과 구역, 구토, 환각, 경련 등 금단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금단 증상을 줄이기 위해 디아제팜, 로라제팜 등과 같은 약물과 알코올 섭취에 대한 갈망을 줄이는 바크로펜, 아캄프로세이트 등의 약물이 활용된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자문의뢰를 하여 음주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또 다른 치료는 영양 요법이다. 환자의 상당수가 식욕부진에 따른 영양 불량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단백질 결핍이 합병증 발생과 깊은 연관이 있다. 비타민 A, 비타민 B12, 비타민 D, 티아민 및 아연 등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증의 알코올성 간염의 경우 스테로이드와 펜톡시필린 등의 추가적인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 증상 발현 땐 대부분 이미 진행형
알코올성 간질환은 초기에 증상이 안 나타나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진행성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서, 잦은 음주로 심한 피로감이나 식욕부진 등이 느껴지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환자가 자신의 건강상태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가족이나 지인이 환자 상태를 자주 체크해 알코올성 간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이나 징후를 보일 땐 즉시 의료기관을 찾도록 권유해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금주가 가장 중요하지만 바이러스성 간염, 자가면역성 간염, 약물에 의한 간염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이 공존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함께 치료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전기정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만성 음주는 약물 남용처럼 중독성이 있어 간질환 환자가 금주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간질환은 건전한 음주문화와 환자에 대한 관심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므로 본인과 주변 지인들이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10월 20일 화요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