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 이상찬 세화병원 병원장 · 김재명 세화병원 불임의학연구소장]
< '딸 아들 바보' 되고픈 불임 남성, 정자은행 오세요 >
- 남성 인한 불임부부 증가, 여성 쪽보다 4.7배나 많아 -
- 기능 정지 '비폐쇄성 무정자증'
- 기증자 찾아 임신 시도 가능
- 부산 세화병원 작년 은행 설립
- 60여 건 시술 절반 성공 이끌어
결혼 4년차 맞벌이 부부 안모(43) 차모(여·36) 씨는 아직 아이가 없다. 여성 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막상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보니 남편의 무정자증이 원인이었다. 다행히 정자가 사정과 관련된 장애로 인해 배출되지 못하고 있었다. 시술 후 1년여 만에 어렵게 임신한 안 씨는 지금 '딸바보'가 돼 있다. 반면 김모(42) 씨는 검사 결과 고환에 정자가 생성되지 않는 무정자증으로 나타나 정자은행 이용을 권유받아 지금 부부가 함께 고민 중이다.
불임 부부가 늘고 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8~2012) 30대 후반, 40대 초반 남성의 불임 연평균 증가율이 각각 16%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남성 불임이 여성보다 4.7배나 더 높다. 난임 부부 중 남성 쪽 원인으로 인한 난임도 점점 높아져 이제 50%에 육박하고 있다.
남성 불임의 대표적인 증상은 정자수가 적은 '희소정자증', 정자 운동성이 약한 '무력정자증', 사정된 정액 속에 정자가 없는 '무정자증' 등 다양하다. 무정자증은 전체 가임 남성의 1% 정도이며, 불임남성의 10~15%가 여기에 해당된다.
무정자증은 크게 '폐쇄성 무정자증'(85%)과 '비폐쇄성 무정자증'(15%)으로 구분된다. '폐쇄성 무정자증'이란 앞선 안 씨의 경우처럼 고환에서 정상적으로 생산된 정자가 외상, 염증 등의 원인으로 이동하는 관이 막혀 정자 배출없이 전립선 등의 부생식선에서 분비되는 액만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즉, 고환에서 정자가 정상적으로 생성되고 있기 때문에 수술이나 치료를 통해 복원을 시도해볼 수 있으며, 관이 복원되지 않더라도 부고환이나 고환에서 정자를 직접 추출한 후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임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비폐쇄성 무정자증'. 고환 기능이 완전히 정지돼 정자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는 경우로서, 국내 조사에 따르면 남성 불임의 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은 뇌하수체에서 정자 생성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을 경우나 고환 자체의 결함으로 인해 호르몬에 반응하지 않아 정자가 생성되지 않는 장애 탓이다. 후자는 유전적 결함이나 정류 고환, 고환의 외상, 기타 질환의 합병증으로 야기될 수 있다.
무정자증의 범주에 '역사정'이라는 것도 있다. 사정할 때 정액을 체외로 밀어내는 근육들의 기능이 떨어져 정자가 사정되지 못하고 방광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역사정은 당뇨 등으로 인한 신경 손상, 혈압 강하제와 같은 약물 복용, 전립선 제거 등의 수술 합병증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비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임신이 거의 불가능해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정자 기증자를 찾아 보조생식술(인공수정·시험관아기)을 통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혈액형이 난임 부부들이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고 기증자의 질환 및 유전적 결함 등을 검사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하는 등 환자 본인이 직접 기증자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
다행히 부산의 불임전문 세화병원이 지난해 1월 정자은행을 설립했다. 지난해 정자은행을 이용, 60여 건 시험관아기 시술이 이뤄져 이 중 30명이 임신했으며 지금은 전국 각지 불임부부들로부터 이용에 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정자은행은 기증 정자뿐 아니라 잦은 해외 출장이나 국외 주재, 항암치료 등의 부득이한 이유로 본인들의 정자를 미리 냉동 보관해 두기도 한다. 기증자의 정확한 신원 파악은 물론 생명윤리법에 의거한 검사를 실시하여 염색체, 간염, 당뇨, 성병, 에이즈 등 각종 질환 및 근위축성 척수염 등을 검사한 후 정상으로 판명된 정자만을 혈액형별로 냉동 보관하여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 불임전문 세화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대상 인공수정 워크숍 (2015년 4월 12일)
'공부하는' 불임전문 세화병원은 1996년부터 매년 세화아카데미워크숍을 열고 있다. 불임치료 권위자로 통하는 이상찬(사진) 원장의 한우물 파기의 진행형인 셈이다. 그는 해외 학회에도 적극 참석해 세계적인 석학들의 수준 높은 연구결과를 습득하고 임상사례를 교류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의학과 인문학과의 만남을 시도, 그 행보를 차츰 넓혀가고 있다.
세화병원이 4월 12일 여는 세화아카데미워크숍도 다소 독특하다. 불임에 관심이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하는 '인공수정' 워크숍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오후 3시 병원 불임의학연구소에서 열리는 워크숍은 '인공수정을 위한 배란치료' '인공수정을 위한 연구실 운영기준 및 정자은행' '정액검사법' '정자처리 및 배양법' 등 이론(오전)과 '정액검사법' '인공수정을 위한 정자처리법' 등 실기(오후)로 나눠 진행된다.
워크숍 후 참가자가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에 대한 이론 등 후속 과정을 원할 경우 병원 측과 협의해 수개월에 걸쳐 심화과정을 배울 수도 있다.
이 원장은 "불임은 특수분야라 그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앞으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 같은 불임진료를 전문으로 하고 싶은 의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자리가 불임에 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임상에서의 어려움을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사진은 이 원장과 세화병원 불임의학연구소 김재명 소장, 이채식 연구실장, 최유진 선임연구원 등이 맡는다. 문의 (051)505-1598
2015년 3월 31일 화요일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