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 이혜영 좋은문화병원 비뇨기과(소아비뇨) 과장]
< "꼬추가 간지러, 아야해"...남자아이 음경 바로알기 >
- 포피 구멍, 요도와 오인 잦아 -
- 귀두포피염시 포피 까지말고
- 샤워기 대신 좌욕하듯 씻겨야
- 포피 안쪽에 하얗게 끼는 '구지'
- 혹·종양·고름 아닌 정상적인 것
- 선천적 포경 맘대로 판단 말아야
"엄마, 고추가 간질간질해요." "아빠, 고추 끝이 아파요."
남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로부터 한 번쯤 들어봤음직 한 얘기이다. 이로 인해 혹여 큰 병은 아닐지, 내 아이의 소중한 그곳이 문제가 안 될까 불안감을 갖고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로는 부모가 소아 음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잘못된 처치를 해 뒤늦게 내원하거나 심지어 비뇨기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의 적절치 않은 조언으로 찾는 경우도 있다.
정상 음경이라면 출생 시 '포피'라 하는 얇은 피부로 덮여있다. 포피에 있는 구멍 자체를 요도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요도는 포피 내부에 있다. 이 포피는 출생 시 대부분 매우 좁아 뒤로 젖히기 어렵다. 이 상태를 '포경'이라 한다. 이 구멍이 좁은 것은 지극히 정상이며 아이가 크면서 음경이 조금씩 자라고 생리적인 발기를 반복하며 점차 넓어지게 된다. 만 3세쯤 되면 60~70%의 아이에게서 완전히 젖혀지지는 않아도 안쪽의 요도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벌어지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늘구멍처럼 포피의 입구가 좁은 경우 소변볼 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힘을 주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배뇨곤란을 유발하거나 잦은 염증이 동반될 땐 좁은 입구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고 포피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뒤로 당기는 것을 반복하게 되면 대부분 구멍이 넓어진다.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성인이 될 때까지 포경상태가 유지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고추와 관련, 잘못 알려진 상식을 이혜영 좋은문화병원 비뇨기과 과장의 도움말로 추려본다.
■ 잘못된 상식 하나- 포피를 까서 안쪽을 닦아야 한다정상적으로 포피는 입구가 좁기도 하지만 안쪽으로는 귀두와 딱 달라붙어 있다. 이 역시 음경의 성장과 생리적으로 반복되는 발기를 통해 저절로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하지만 귀두포피염발생 시 포피를 젖히고 무조건 안쪽을 깨끗이 닦아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의사들도 적지 않다. 아직 분리되지 않은 포피를 억지로 젖힐려고 할 경우 극심한 통증은 물론 포피나 귀두에 상처나 나거나 딱딱해져 입구가 더 좁아질 수도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이로 인한 트라우마를 입을 수도 있다.
심할 경우 젖혀진 상태로 복귀가 어렵게 되는 '감돈(嵌頓)포경'이라는 준응급상태가 유발될 수 있다. 해서,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젖혀지는 포피가 아니라면 절대 억지로 젖혀서 안쪽을 닦으려고 하면 안 된다. 샤워기로 포피의 구멍을 조준하여 씻기는 부모들도 흔히 볼 수 있는데, 그보다는 따뜻한 물을 받아 음경을 충분히 잠기게 한 다음 손이 닿지 않는 포피 안쪽까지 자극 없이 물이 스며들도록 하는 좌욕이 가장 이상적이다.
■ 잘못된 상식 둘- 포피 안쪽에 흰 혹이 있다
포피 안쪽으로 비치는 하얀색의 혹을 보고 깜짝 놀라 내원하는 보호자들이 심심찮게 있다. 귀두의 아랫부분에는 마치 물받이처럼 움푹 들어간 일종의 홈이 음경의 둘레를 따라 존재한다. 이곳에선 정상적으로 형성되는 분비물과 피부에서 탈락된 각질이 섞여 하얀 물질(구지·smegma)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뭉쳐져 덩어리로 보이는 것이 혹이나 종양 혹은 고름으로 오인된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떨어져나오게 된다. 소아나 성인 모두에게 분비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치료는 당연히 필요하지 않다. 여자에게도 귀두에 상응하는 기관인 클리토리스 양 옆으로 이런 물질이 끼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구지를 고름과 같은 염증의 결과물로 오인해 바르는 항생제나 먹는 항생제를 처방하거나 젖혀지지 않는 포피를 억지로 젖혀 적극 제거할 것을 권하는 의사들도 더러 있다. 구지는 타 부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피지와 같이 생리적인 물질이므로 그 자체만으로는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제거할 필요가 없다.
■ 잘못된 상식 셋- 우리 애는 자연포경 상태여서 포경수술 필요없다
포경수술의 필요성은 과거에도, 또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단순하지 않은 화두여서 이 문제는 논외로 하자. 출생 때부터 귀두가 전부 노출돼, 다시 말해 포피가 젖혀져 있어 속된 말로 '포경수술비 아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가끔 있다. 물론 포피가 태어날 때부터 뒤로 젖혀지는 경우가 드물게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 경미한 요도하열(요도 입구가 귀두 끝에 위치하지 않고 그 아래에 위치한 기형)이나 선천적으로 음경이 아래로 휘는 삭대를 동반할 수 있어 소아비뇨기과 전문의의 진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5년 9월 15일 화요일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