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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에 상처 입은 당신의 몸, 느림이 약이다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5-04-09 (목) 13:51 조회 : 766


[도움말 = 곽현 아주재활병원 병원장 · 재활의학 전문의]

- 운동도 '슬로우' 시대 -


- 몸과 정신 건강 동시에 추구 
- 유산소·근육운동 위주서 변화 

- 요가·필라테스·태극권 등 각광 
- 美 재활의학 교과서에서도 
- 만성 통증 치료법으로 소개 

- 태극권 줄기세포 증가 도움 등 
- 다양한 연구 결과로 효과 입증

2000년대 초반 '느림' 열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당시 라이프스타일 측면이 강했던 이 열풍은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슬로우 시티' '슬로우 푸드'로까지 살짝 방향을 틀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서양에서 최근 '느린 운동(slow exercise)'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분위기와 어울려 국내에서도 느리게 하는 운동인 태극권, 요가, 걷기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운동복 대신 가벼운 평상복을 입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런 느린 운동이 가정에서부터 시나브로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서양의 느림 운동 열풍은 이미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업체들이 전문 요가 패션을 앞다퉈 출시할 만큼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급속한 성장은 가벼운 걷기나 트레킹 등 느린 운동이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속도전은 현대사회의 병폐 중 하나이다. 이로 인해 공동체 붕괴, 가정 불화, 작업능률 저하, 학업성취 하락 등과 함께 신체·정신적인 만성 통증이 야기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주재활병원 곽현 원장은 "이런 통증에 대한 하나의 극복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느린 운동'이 최근 의료계를 중심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2000년대부터 국내에서는 유산소 운동이나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이 운동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매스컴에서도 숀리 같은 철인 근육형이나 원빈 같은 미남 근육형이 건강의 아이콘이었다. 이들은 단백질 성분을 첨가한 셰이크를 마시거나 강도 높은 식사 요법을 병행하며 유행을 주도했다. 하지만 유행은 변하는 법. 최근 '슬로우'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2000년 초반의 느림 열풍이 라이프스타일 측면인 반면 지금의 열풍은 운동적 측면이다. 왜 그럴까.

곽 원장은 "이는 아마도 건강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곽 원장은 "몸과 정신의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웰빙이며 이는 자기 내면과 운동의 조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인식변화가 운동 방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웰빙은 느린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한 슬로우라이프 스타일이 현대인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웰빙으로서 더 큰 역할을 한다는 믿음으로 해석된다.

느린 운동은 최근 학문적인 뒷받침까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재활의학 교과서에는 이 같은 운동을 'Body work and Movement therapy' 로 규정하고 단지 운동 그 자체의 효과뿐만 아니라 만성 통증 치료법으로서 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 추천운동으로 요가, 필라테스, 태극권 등이 꼽히고 있다. 알렉산더 치료법, 신체 인지치료(body awareness therapy)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미국 학회 논문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올 초 '미국 스포츠의학회지'에 따르면 최근의 운동 경향은 고전적인 개념인 '르까프(CAF: 더 빠르게·더 높게·더 세게)'에 반해 오히려 정신적 심리적 측면이 신체적 측면과 함께 공유되는 느린 운동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근육 이완, 정적인 호흡 및 명상을 함께 강조하는 요가나 필라테스, 태극권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장이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보다는 오히려 마음을 치유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운동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급하던 국민체조가 역설적으로 이 패러다임에 적합한 듯하다. 꼭 국민체조가 아니더라도 연령과 관계없이 전 국민이 천천히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국민체조류의 새 운동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곽 원장은 최근 태극권과 같은 운동은 줄기세포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고 덧붙였다. 

느린 운동 예찬론자인 곽 원장은 느림 열풍의 진원 격인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언급하며 '느린 운동'과 '느린 삶'이 건강의 지름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2015년 4월 7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