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 박은호 세흥병원 소화기내과센터 과장]
- 말초동맥질환 증상과 치료 -
- 대부분 보행 불편한 간헐성 파행
- 허리디스크·관절염 등 오인 쉬워
- '혈압의 비' 1 미만땐 가능성 고려
- 매주 규칙적 운동 … 금연은 필수
평소 걸을 때 다리에 통증이 있으면 허리디스크 또는 관절염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몸의 말초동맥이 막혀도 그와 유사한 증상을 겪게 된다. 걸으면 다리나 발이 저리거나 아프고, 쉬면 다시 괜찮아지는 것을 간헐성 파행이라고 하는데, 이는 말초동맥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주부 김모(54) 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자 척추 문제로 여기고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검사 결과, 다리 말초동맥이 많이 좁아진 것이 원인으로 판명됐다.
말초동맥질환은 대체로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높다. 주요 원인은 죽상동맥경화증. 이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으로 인해 생긴다. 동맥의 혈관이 막히거나 혈류가 조직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면 허혈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때에는 간헐성 파행뿐 아니라 발이나 발가락에 통증이나 저린감을 호소하는데, 특히 야간에 많이 발생한다. 질환자들의 동맥이 막혔거나 좁아진(협착) 부위에서 먼 쪽의 맥박을 짚어 보면 맥박이 없거나 약하다. 협착 부위에 청진기를 대면 잡음이 들린다. 또 질환이 심하면 다리와 발의 털이 빠지고 발톱이 두꺼워진다.
혈압측정기가 있으면 집에서도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다. 발목과 팔에서 각각 측정한 혈압의 비가 1 미만(어깨 아래 팔보다 발목혈압이 낮은 경우)이면 이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고, 0.5 미만이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말해준다. 병원에서는 혈압측정법, 맥박량 기록 및 혈관초음파 검사, 그리고 스트레스 검사 등이 있다. MR혈관조영술이나 CT혈관조영술 또는 카테터를 이용한 침습적 혈관조영술 등은 진단 목적으로는 잘 시행하지 않는다. 대신 치료 목적의 재관류(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를 고려하는 경우에 시행한다.
예후는 동반된 관상동맥·뇌혈관질환의 정도에 영향을 받는데, 증상이 있는 환자들의 약 30~50%는 임상적 양상과 심전도에 기초한 관상동맥질환이 있다. 또 절반 이상에서는 관상동맥조영술상 심한 병변이 나타난다.
치료방법 중에서는 운동요법이 중요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무리한 운동을 하다가는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매주 30~45분 정도로 3~5차례씩 규칙적으로 하면서 강도를 점차 높혀 나가는 것이 요령이다. 운동 강도는 통증이 거의 최대치가 될 때까지 걷다가 통증이 사라질 때쯤 쉬고 다시 걷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금연은 필수 요건이다.
약물치료는 실로스타졸(cilostazol) 계열이 효과적이다. 이들 약물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항혈소판 효과도 지니므로 걷는 거리를 절반 정도 늘려준다. 또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항고혈압제, 스타틴 계열의 약물, 혈당강하제 등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간헐성 파행이 더 심해지는 경우에는 재관류 요법을 고려하게 된다.
흔히 혈관성 질환이라고 하면 허혈성 심질환이나 뇌졸중 등을 먼저 떠올리지만, 말초동맥질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운동 중 다리 통증이 발생했을 때 단순 근육통으로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말초동맥질환
팔과 다리에 혈액을 공급하는 말초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기는 혈류장애를 말한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관상동맥을 제외하고 우리 몸의 모든 동맥에서 광범위하게 생길 수 있다.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이 이 질환 때문에 고통받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말초동맥질환 위험인자 관리를…척추협착증 앉아야 통증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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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환자가 병원에서 동맥경화 검사를 받고 있다. 이 검사는 인체의 사지 부위별 혈류 파형과 혈압을 측정해 동맥경화의 정도 등을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며 보통 혈관초음파 검사 전에 시행한다. 세흥병원 제공 |
말초동맥질환의 증상은 척추협착증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별할까. 걷는 중 다리에 통증이 있고, 서 있을 때 통증이 없으면 말초동맥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걷다가 앉아야지만 다리의 통증이 없으지면 척추협착증일 공산이 크다. 또 척추질환은 허리를 숙이거나 다리를 들 때, 자세를 바꿀 때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말초동맥질환은 주로 운동이나 활동을 할 때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말초동맥질환 환자는 증상을 잘 못 느낄 수 있다. 말초동맥이 50~70% 이상 막혀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근본 예방책은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동맥경화질환과 같이 위험인자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4. 05. 13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