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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사 4인의 사색의론(四色醫論)] 통증 이겨낸 '엄마의 힘'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3-05-14 (화) 10:33 조회 : 823


[강경숙 대한웰니스병원 원장]

할머니는 부석한 얼굴로 엉거주춤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딸을 부축하고 병원을 들어오셨다. 할머니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우리 딸 좀 도와 주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출산 후 치질이 부어 통증이 심했는데 1주일이 지났는데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아 앉지도 못한단다. 할머니는 그렇잖아도 딸이 40세가 넘은 노산에 늦둥이를 낳느라 힘들었는데 몸조리를 제대로 못하고 밥도 서서 먹고 있는 지경이라고 설명하시며 안타까워 어쩔 줄 모르신다. 검진을 해보니 환형 혈전성 치핵으로 항문 주변이 작은 방울토마토가 달린 덧이 부어 있다.

환자분에게 "정말 많이 아프시겠네요. 오늘 이라도 수술 받으시렵니까? 출산 후라 조직이 좀 약한 편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통증이 워낙 심한 상태여서 빨리 수술 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분을 도와주는 방법이 됩니다"라고 설명해 드렸다.

심한 환형 치핵이라 한 번에 모든 것을 제거하면 항문 협착이 생길 수 있어 일단 통증의 원인이 되는 큰 치핵을 제거하고 남아 있는 부분은 다 아물고 나서 2차적으로 간단히 제거하기로 했다. 수술 후 무통을 달고 있어서인지 아님 수술 전에 너무 아팠던 탓인지 지금은 오히려 아프지 않다고 했다. 특히 앉을 수가 있어서 살 것 같다고 하신다.

늦둥이 아들이 너무 예쁘기에 행복하다는 산모. 수술 후 첫 주는 통증이 제법 있을 텐데, 게다가 이분처럼 수술부위가 넓은 경우는 특히나 통증이 있으련만 마냥 행복해 하시는 분을 보니 우리 육체는 마음의 행복에 의해 조절되어 지는 것이 맞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 딸 둘을 두고 아들이 꼭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그동안 기다려도 임신이 안 되다가 40세가 넘은 나이에 임신이 되어 건강한 아들을 낳았으니 얼마나 기쁘랴. 본인의 몸이 힘들 터인데도 엄마로서의 행복이 가져다주는 힘이 아마 모든 걸 덮어주는 모양이다.

하지만 딸의 산후조리를 도우는 노모의 입장에서 산모는 40세가 넘었지만 아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딸의 노산이 불안하고 안쓰러우실 게다. 그건 아마 모든 엄마가 꼭 같이 갖게 되는 마음이 아닐까.

이렇게 노모가 딸의 아픔을 걱정하는 마음이나 노산한 산모가 아기의 건강한 출생에 행복해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결국 같은 사랑 즉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인 모성애가 아닐까 싶다. 아마 세상에서 이 모성애가 사라진다면 더 이상 사회가 존재할 수 없지 않겠나 생각이 들어 엄마들이 더욱 위대해 보인다.


2012. 10. 16 국제신문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