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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정자 영하 196도 초저온 보관…원할 때 언제든 건강한 출산을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2-12-20 (화) 11:06 조회 : 230

세화병원 가임력보존센터


    - 늦게 결혼하고 고령 미혼자 증가
    - 난임 고통받는 환자 갈수록 늘어
    - 마흔 넘으면 자연임신 확률 5%대
    - 20대 때 가임력 보존해두면 최상

    - 항암·유전질환 치료 등 미리 대비
    - 배아동결 7000여건 등 경험 풍부
    - 정자은행 원활한 공급능력도 갖춰

    결혼 후 임신을 미뤄왔던 여성 A(30대 후반 직장인) 씨는 몇 년 전에 동결 보존해 뒀던 자신의 난자를 꺼내 쓰기로 했다. 하지만 남편이 무정자증으로 판명돼 곤란한 지경에 놓였다. 이들 부부는 고민 끝에 정자은행에 기증된 정자를 이용해 수정시켜 출산할 수 있었다.

    가임력(임신을 할 수 있는 능력) 보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결혼 연령 및 고령 미혼자 증가 등에 따라 난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관련해 난자·정자 및 배아 냉동 보관을 통한 난임 치료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특히 우리나라는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2020년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만 명대로 떨어졌고, 올해 7월에는 합계출산율이 0.7명을 기록해 세계 최저 수준이다.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고 고령 미혼자가 늘어나면서 가임력 보존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화병원 이상찬(왼쪽) 병원장이 남성 난임 환자의 정자 존재 및 상태 등을 검사하기 위해 고환조직 생검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
    ■ 나이 들수록 가임력 급락

    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가임력은 20대 연령에서 최고를 보이고 35세 이후부터는 급격히 낮아진다. 40세가 넘으면 자연임신의 가능성이 5% 정도로 급락하게 된다. 나이가 증가하면 난소에서 배란되는 난자의 수와 질이 떨어진다. 또한 배란되는 난자에 있어 태아 염색체의 이상 가능성이 증가하고 유산의 위험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결혼과 임신 계획이 늦어질 때는 자신의 질 좋은 난자를 젊은 연령에서 미리 채취한 후 냉동 보존하는 것이 좋다. 임신을 원하는 시기가 됐을 때 질 좋은 난자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의를 통해 본인의 현재 난소 나이를 정확히 진단받고 추후 임신에 대해 상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존 방법은 난자와 정자, 배아를 동결한 뒤 영하 196도의 초저온 상태에서 보관해 생명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것이다.

    ■보존대상

    지난 11월 세화병원과의 난임치료 기술교류 협의차 방문한 인도네시아 파티무라대학교 총장 및 의과대학 교수들이 세화병원에서 이상찬(앞줄 가운데) 병원장 등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난임 치료 전문인 세화병원은 가임력 보존대상을 다음과 같이 꼽는다. 우선 20대 후반 이상으로 현재 임신 계획이 없는 여성이다. 또 난소 기능 저하와 조기 폐경이 의심되거나 진단받은 경우, 난소 및 나팔관 수술이 예정된 여성이 해당된다. 결혼 후 1년이 넘었는데 자연임신이 잘 되지 않는 부부, 임신 가능성이 감소되는 유전질환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남성·여성은 필수적 대상이다.

    예를 들면 여성 B(33) 씨는 비교적 나이가 많지 않은데도 난소 기능 저하로 인해 난자 채취에 애를 먹었다. 결국 난자를 1개씩 3차례 나눠 채취해 동결 보존할 수 있었다. 이후 그것을 동시 이용해 임신하게 됐다. 몇 년 전 항암 치료를 진행했던 여성 C(40) 씨는 시험관 시술을 받았으나 임신에 실패하자 거의 포기 상태였다. 다행히 냉동배아 이식으로 어렵게 임신이 됐지만, 미리 대처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은 “항암치료를 하면 남녀 생식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난소 기능 저하를 초래하거나 정자의 생성 장애와 유전적 변이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따라서 항암치료 전에 난자·정자 냉동보관으로 가임력을 보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성과

    세화병원 가임력보존센터는 미혼·기혼 남녀가 본인의 건강한 난자·정자를 보존한 후 임신을 원하는 시기에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14년 센터 개설 후 현재까지 169명으로부터 169건의 난자 동결이 시행됐다. 그중에서 미혼 120건, 기혼 49건이다. 또 배아 냉동 보존 건수는 2015년 이후 약 7000건에 달한다. 동결 정자로 시험관시술이 시행된 것은 총 1164건에 이른다. 본인의 동결 정자를 이용한 시술은 173건이며 그중 64명이 임신에 성공했다. 정자은행에 보관된 기증 정자를 이용한 것은 모두 991건이며 이들 중 394건이 임신됐다고 한다.

    ■정자은행 운영

    남성 본인이나 남편 또는 기증자의 정액을 임신 및 연구 목적으로 최상의 상태에서 동결 보존하다가 필요할 때 공급한다. 정자 출처에 따라 나뉜다. 자가 정자은행은 남편의 출장이 잦거나 해외 거주 등으로 시술 시간에 맞추기 어려울 때, 남편의 정자 수가 극히 적은 경우 몇 번에 걸쳐 정액을 냉동했다가 시술할 때 한 번에 녹여서 임신을 시도할 때 등에 이용된다. 익명으로 기증된 정자를 보존하는 타가(비배우자) 정자은행에서는 법률적 혼인관계의 부부를 대상으로 하며 부부 간 합의 및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 치료가 불가능한 무정자증으로 판명된 경우, 심각한 유전질환 또는 염색체 이상을 가진 경우 등이 해당된다.

    세화병원 관계자는 “저희 병원 정자은행에는 470여 건의 시술에 이용할 수 있는 기증 정자가 혈액형별로 냉동 보존돼 있다. 서울·경기 등 다른 지역의 경우 기증 정자가 부족해 신청 대기시간이 길지만, 이곳에서는 비교적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구시영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