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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은성의료재단 구정회 이사장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6-05-27 (금) 17:07 조회 : 637
[피플&피플] 은성의료재단 구정회 이사장

- "메르스 사태 1년 됐지만 감염병 대책 부실" -

- 한국식 병문안 아직 변화없어
- 큰병원부터 찾는 것도 바꿔야
- 경북지역 병원 2곳 새로 인수
- 보호자 없는 병동 확대 계획


지금부터 딱 1년 전인 2015년 5월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국내에 상륙했다. 그리고 열흘 남짓 지난 6월 1일 부산에서도 첫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서 메르스 공포가 확산하기 시작했고, 두 번째 확진자가 나온 후 '메르스포비아'가 극에 달했다. 당시 부산의료원과 함께 '태풍의 눈'이었던 곳이 바로 부산에선 유일하게 코호트 격리됐던 좋은강안병원이다. 메르스 발생 1년을 맞아 좋은강안병원이 속한 은성의료재단 구정회(70) 이사장을 만나 메르스 이후 1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구정회 이사장은 "메르스사태 후 1년 동안 정부는 감염병에 대비한 시설 확충만 신경 쓰고 정작 인식을 바꾸는 작업에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돌이켜보면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구성원들이 단합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긍심과 자신감도 높아졌고요. 사실 당장 병원 손실도 문제였지만 병원의 이미지가 하락하는 것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격려해주는 시민이 많아 두 달 만에 평상시처럼 환자 수가 회복됐습니다. 얼마 전 직원들과 횟집에 갔더니 주인이 나와 지난해 자신들도 힘들었지만 (병원도) 얼마나 고생했느냐며 더 좋은 고기를 주시더군요."

구 이사장에게 가장 먼저 메르스 이후 피해 보상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코호트 격리됐던 병원에 손실을 보상해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코호트 격리됐던 병원은 피해 금액이 비교적 명확하므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정부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느꼈다"며 "하지만 주변의 크고 작은 병·의원은 보상을 받을 수도 없었으니 피해가 컸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지나간 후 1년 동안 감염병에 대한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느냐고 묻자 그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조건 큰 병원부터 가고 보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도, 병동 병문안 문화도 그대로라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가 음압병동, 격리실 등 시설 확충(하드웨어)에만 신경 쓰고 정작 인식을 바꾸는 작업(소프트웨어)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공급자인 병원이나 이용자인 국민과 같이 고민하지 않고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하려는 것이 문제입니다. 모든 것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당장 전염병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첫 신고가 중요한데, 이렇게 인식을 전환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질병 예방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 역시 필수적이지요."

현재 9개 병원을 운영하는 구 이사장은 현재 지역 병원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대학병원에서는 특정 분야 인턴과 레지던트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2차 종합병원은 당장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3교대 근무를 해야 하다 보니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의료인력은 대체인력이 없어 문제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온 의료 인재들이 수도권 병원으로 유출되는 것도 걱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은성의료재단은 지난해 덮친 최악의 악재를 딛고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좋은강안병원과 좋은삼선병원에 도입했던 보호자 없는 병동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북지역에 새로운 병원을 인수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급성기 병원 1곳과 요양병원 1곳을 인수하기 위해 계약을 한 상태입니다. 보호자 없는 병동은 반응이 좋아 좋은강안병원에 한 개 병동을 더 추가하는 등 앞으로 더 좋은 병원으로 거듭나겠습니다."


2016년 5월 27일 금요일
국제신문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