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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좋은 의사 만나려면 좋은 환자 돼야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6-05-24 (화) 11:21 조회 : 2127


[정주영 부산센텀병원 진료부장]


< 좋은 의사 만나려면 좋은 환자 돼야 >

환자가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은 힘든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한국의 명의를 소개해주는 SNS가 있는가 하면, 의사를 찾아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생겼다고 하니 환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최근 필자에게 진료 관련 두 가지 민원이 동시에 들어왔다. 한 환자는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불필요한 무릎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환자는 어깨가 아파 내원했지만 어깨 MRI를 찍지 않아 다른 병원에서 MRI 촬영 후 수술했으니 치료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전자는 무릎을 과잉 진료했다고 생각해 민원을 제기하고, 후자는 환자의 통증을 과소평가했다고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를 계기로 '의사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에 대해 생각해봤다.

요즘 동네의원이나 병원을 보면 친절하고, 실력 있는 의사들이 정말 많다. 의사들은 장기간의 전문 수련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진료실에서 환자를 대하는 순간 대부분 직관적으로 진단을 유추할 수 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진단이 좀 애매모호하거나 불확실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환자 입장에서는 '제 진단명이 뭔가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의사가 '무슨 병입니다'라고 하면 믿고 치료하면 되는 것이고 '진단명이 불명확합니다'라고 하면 진단을 위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적절한 검사를 하면 된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전문적인 실력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으니 환자는 좋은 의사를 단번에 알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란 우선 '친절한 의사'다. 이러한 의사는 대부분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 많다. 진찰을 받으려 들어가면 정다운 얼굴로 대해주고 부드러운 말로 위로를 해준다.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권유하지 않는 의사도 좋은 의사에 속한다. 좋은 의사는 '이러이러해서 이 검사를 시행합니다'라고 의료윤리에 입각하여 적절한 검사를 시행한다.

환자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좋은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본인이 먼저 좋은 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원에서 수술을 권유받고 본원에 내원한 환자에게 수술에 필요하니 MRI 등 검사를 하자고 하니 "여기도 똑같네"라며 되돌아간 환자가 있었다. 두 명의 의사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환자의 병에 대한 치료는 이치에 부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스스로 마음의 벽을 만들어 자기가 치료 방법을 결정해버리면 좋은 의사에게 치료받을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환자가 의심을 갖고 '의사 쇼핑'을 한다면 좋은 의사를 만나기 어렵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두 가지 민원이 또 걸릴 상황에서 한 가지만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어깨 MRI를 찍지 않아서' 걸리는 민원을 택하고 싶다.


2016년 5월 24일 화요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