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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말 더듬는 아이, 혼내고 다그치면 역효과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6-10-18 (화) 17:40 조회 : 921


[손희영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비인후과 과장]


< 말 더듬는 아이, 혼내고 다그치면 역효과 >

"댜동탸."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한 아이가 엄마에게 '자동차'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소리이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발음이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대개 귀여운 아이의 발음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기 쉽다. 만 6세 전후로 목소리를 내는 신체기관이 제자리를 잡으면 발음이 자연스럽게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가 됐는데도 계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혀가 짧다'고 하는 설소대 단축증을 비롯해 비편도나 편도가 과도하게 크거나 코에 문제가 있으면 발음이 달라질 수 있다. 설소대 단축증이 있는 아이에게 '메롱' 발음을 시켜보면 혀끝이 입술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알파벳 'W' 모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간단한 수술과 발음 교정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비편도나 편도가 크거나 코에 이상이 있는 경우, 정도에 따라 약물이나 수술 혹은 발음 교정 치료로 역시 발음이 좋아질 수 있다. 드물게 아이의 성장 발달에 문제가 있으면 부정확한 발음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귀여운 아이 중 유독 '멋진 허스키 보이스'를 소유한 경우도 있다. 자세히 들어보면 꽤 많은 아이가 어른처럼 목소리가 쉬어있거나 굉장히 힘을 주면서 말한다. 가수나 교사 등 목소리 사용이 많은 이에게 흔한 성대 결절이 바로 아이들에게도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아이들도 엄마나 친구들에게 소리를 잘 지르고 울기 때문이다. 태권도 등 기합을 많이 넣는 아이에게도 성대 상처가 잘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목 안에 생긴 작은 혹을 보여주고 그 이유를 설명한 뒤 아이 눈높이에 맞는 음성 치료를 해주면 맑고 고운 목소리로 돌아갈 수 있다. 

말더듬증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 앞에서 씩씩하게 말하지 못하고 자꾸 말을 더듬는 아이를 보면서 "똑바로 말해. 왜 더듬어"라고 다그치는 부모나 교사가 적지 않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아이에게 더듬지 말라고 혼을 낼 것이 아니라 전문 이비인후과나 음성치료실을 찾아 원인을 찾아보고 거기에 맞는 치료를 통해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말더듬증은 단순 호기심에서 따라 하다가 버릇이 되는 경우도 있고 유전 영향도 다소 있을 수 있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아이의 발음과 목소리 문제는 대개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는 이런 문제점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므로 의사소통 능력의 발달이 늦어지면서 친구 간의 대화 등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병원에서 아이의 발음이나 목소리 치료는 놀이처럼 즐겁게 진행된다. 매일 치료실을 드나드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가족들이 모두 아이의 목소리 선생님이 되어 생활 속에서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도록 보호자도 함께 교육한다. 해당 치료에 관해 실비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어 아이의 발음과 목소리가 걱정된다면 부담 없이 병원을 찾아 상담받기를 추천한다.


2016년 10월 18일 화요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