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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이석증, 빈혈로 여기다 병 키운다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7-05-16 (화) 09:07 조회 : 2505


서재득 부산본병원 신경과 과장 

[진료실에서] 이석증, 빈혈로 여기다 병 키운다

누워있거나 앉아있다가 갑자기 일어났는데 머리가 핑 도는 심한 어지럼증이 일어나거나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질 때, 많은 사람이 일시적인 빈혈이나 저혈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런 어지럼증이 이석증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빈혈이나 혈액순환 장애로 생각하고 가볍게 여기거나 병원에서 엉뚱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석증은 귀 안쪽의 전정기관(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평형기관)에서 이석(일종의 칼슘 덩어리)이 떨어지면서 어지럼증과 구토, 안구진탕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흔히 어지러움은 최초로 한 번 오는 단발성 어지럼증과 재발성 어지럼증으로 나눌 수 있고 재발성 어지럼증에 대표적 질환이 이석증, 학명으로는 '양성 돌발성 체위 현훈'이라고 한다. 재발성 어지럼증 중 두 번째로 흔한 질환이다.

이석증의 증상은 학명에서 나오듯이 양성 질환이며 돌발성, 즉 갑자기 생기는데 특히 아침에 일어날 때 시작된다. 체위라는 말은 움직임에 유발된다는 것이며 몇 번가량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환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침에 누웠다 일어날 때나 누울 때, 누워서 고개를 돌릴 때 증상이 생기며 현훈증상, 즉 보이는 것이 흔들려서 보인다고 한다. 심하면 구역과 구토 증상을 동반하며 걷는 것이 힘들다고 호소하지만 어느 방향을 주시하고 걸으면 걸을 수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두부의 외상이나 이전 병력상 전정 신경염, 메니에르, 귀 수술 전정기관의 노화 등에 의해 생길 수 있다. 계속된 와상 상태로 침대에서 누워 있을 때 발생하기 쉽고 보통 사람과 다른 특정한 몸의 자세를 잡고 일을 계속하는 헤어 디자이너나 치과의사 또는 한 쪽 귀만 사용하는 직업군에 잘 생긴다. 중이염이나 기타 질환에 의한 귀의 수술적 치료를 받은 사람에게도 많이 생긴다.

최근 골다공증과 비타민 D 결핍이 이석증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혈액 순환과도 관련이 있다. 혈액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 귀와 같은 말초기관은 기능이 더 떨어지고,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순환장애 질환 등에서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이석증은 나이가 들수록, 여성일수록 발병률도 증가한다. 여성은 폐경으로 인한 골밀도 저하와 연관성이 있다.

이석증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안진 즉 안구의 진동 방향과 지속시간으로 진단이 가능하나 역시 뇌경색을 감별해야 한다. 이석증으로 진단이 되면 약물요법 및 이석 정복술로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이석증 환자의 경우 1년 이내에 30%, 5년 이내에 50%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석증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평소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항이 있다. 머리에 충격을 가하거나 심하게 흔드는 행동은 피하고 진동이 과한 기구를 이용하는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예방 약물을 먹고, 이석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비타민 D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지럼 증상이 있을 때 빈혈이라고 자가 진단을 내려 빈혈약을 복용하거나 몸이 약해진 것으로 잘못 판단해 영양제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다가 병을 더 키울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2017년 5월 16일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