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령 광도한의원 대표원장·한의학박사
겨울이다. 올 겨울은 예년보다 많이 추운 편은 아니지만, 기록적인 폭염과 대조를 이루면서 오히려 추위에 대한 대비가 적어진 면도 있는 듯하다. 우리 몸에서도 온도 변화에 민감한 질환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뇌혈관질환이다. 뇌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4위에 오를 만큼 위험한 질병이다. 그 후유증 역시 삶의 질을 상당히 떨어뜨릴 수 있는 질환이다. 뇌혈관 질환에는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있다. 또 병이 발생하는 부위에 따라 치명률과 후유증의 종류도 많이 달라진다. 이는 병소가 있는 부분의 뇌가 담당하는 기능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주로 편측의 마비, 무감각증, 실어증, 운동실조 등이 주 증상으로 나타난다.
동의보감에서는 뇌혈관 질환을 중풍(中風)이라 한다. ‘중’은 ‘직격을 당하다’는 뜻이며, ‘풍’은 날래고 빠른 병이라는 의미다. 풍자백병지장(風者百病之長)이라 하여 풍병이 위중한 병임을 기록했다. 전조증상 및 급성기 후유증의 기록이 있으나, 최근 MRI 등으로 중풍의 한방적 치료는 급성기인 2주간의 침상안정을 끝낸 이후 시행한다. 여러 연구에서도 급성기 이후 양방의 약물치료와 더불어 한방적으로 처치하는 복합치료가 일상생활의 기능을 회복하고 신경학적 결손, 인지기능 등을 개선하는 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 치료는 중풍 후 재활치료의 기본이다. 예부터 사용하던 중풍칠처혈이라는 중풍의 기본 침 치료를 통해 뇌경색 환자의 손상된 혈관의 뇌혈류가 증가되는 것이 확인됐다. 뜸 치료 등을 통해 체내의 혈류를 개선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중풍 후 관절의 구축 등이 발생해 근육 인대 등의 연부조직이 굳었을 때, 약침을 통해 회복을 도모한다. 또 추나 요법 중 특히 경근 이완요법을 통해 구축이 발생한 관절 및 연부조직을 이완시켜 재활을 돕는다. 탕약 치료는 중풍으로 손상된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한약 처방을 위해서는 한의사의 정밀한 진단이 필수다. 병전 상태와 병후 상태, 환자의 체질과 망문문절을 통한 진단을 통해 환자에 가장 필요한 처방 구성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몸 상태가 너무 허증으로 빠져있다면 공진단 등 강하게 보하는 약재를 쓰기도 한다.
뇌혈관질환은 아무리 가볍게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신체에 일정부분 후유증을 남기므로 예방이 아주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첫째, 위험인자인 기저질환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은 매우 높은 위험인자이므로 평소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 정기검진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흡연 및 평소 짜게 먹는 습관 등은 주의를 요한다. 두 번째로 일상생활에서 평정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급격한 감정적인 변화(화냄 슬퍼함 흥분 근심 걱정 놀람)는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상이나 기도 등으로 해소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요즘처럼 날씨가 급격히 추울 때 체온유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모자와 목도리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증상 발견 시 빠른 치료와 그 후의 후유증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