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동서양의 왕족과 귀족은 ‘바른 자세’에 대한 교육을 어릴 때부터 엄격하게 받았다. 올바른 자세는 그들의 체력과 힘을 지속해서 길러주는 훌륭한 무기가 되었다. 우리도 자세에 대한 잔소리를 귀가 아프도록 듣고 자란다. 하지만 신기(腎氣) 넘치는 어린 시절엔 어떤 자세로 있어도 힘들거나 아프지 않으므로 당장 편한 자세를 선택하기 쉽다. 본격적인 통증은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진 중년 이후 불거진다. ‘그동안 똑같이 해도 안 아팠다’며 억울해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앉아있는 자세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현대인은 하루 중 앉아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기에 올바로 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올바른 자세가 결코 편한 자세는 아니라는 점이다. 땅에 발을 디뎌 하체를 고정시키고 허리와 복부의 근육을 같이 사용하여 상체를 곧게 세워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특히 중·장년층 이상이 되면 하초(下焦)의 기운이 쇠해 허리와 다리에 힘이 빠지므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 이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허리의 근육이 뻣뻣하게 굳고 통증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은은한 불편감 정도로 시작하지만, 점점 심한 통증으로 발전돼 조금만 앉아있거나 걸어도 바로 통증이 나타난다. 근육은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섬유화, 석회화돼 이전에 자연스럽게 해온 자세와 행동들을 더는 하지 못하게 된다. 허리를 세우는 힘이 떨어질수록 척추는 점점 아래로 내려앉는데, 이것이 오래되면 요추의 전후방전위증, 디스크탈출증, 척추관협착증 등 다양한 요추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10종 요통이라 해서 요통의 10가지 원인에 대해 서술한 내용이 있다. 그중 첫 번째가 신허(腎虛)로 말미암은 요통이다. 신장(腎臟)에 저장돼 있던 힘과 에너지가 부족해 발생하는 허리의 통증이다. 신체의 근간을 이루는 뼈의 건강과 정(精)의 저장고인 신장은 매우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신장의 허함이 만성적인 허리 질환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고령일수록 허리 자체의 치료와 더불어 신정(腎精)과 신기(腎氣)를 보충해주는 것이 효과적인 요통의 치료라고 할 수 있다.
경옥고와 공진단은 정기가 쇠한 사람에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처방이다. 경옥고에는 생지황과 인삼이 들어가 부족한 정혈을 보충하고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평소 체력이 약해 쉽게 지치는 사람, 아무리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 조금만 몸을 쓰면 여기저기 뭉치고 아픈 사람에 적합하다. 공진단은 사향과 녹용이 들어가 원기를 강하게 끌어올리고 신장의 기능을 강화한다. 체력을 증진시키고 정신을 맑게 해 단기간 쇠약한 몸을 회복시킨다. 신체가 만성적인 피로를 앓으면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때 공진단을 복용해 체력 증진과 통증 개선을 도모한다. 처음에는 허리만의 문제였던 것이 시간이 지나 어깨와 다리 문제로, 결국엔 신체 전반의 불균형 문제로 발전되는 예가 많다. 그래서 허리를 지키는 것이야 말로 내 몸을 지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질환이 악화되기 전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함을 기억하고,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