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석 HK 한국한의원 대표원장
올해는 유난히 무더위가 기성을 부린다. 앞으로 기후변화의 속도 역시 거칠고 심상치 않을 것이다. 폭염과 한파가 한 달 사이에 번갈아 찾아오고, 환절기임에도 낮과 밤의 기온 차가 20도를 오가는 이상기후가 잦을 것이다. 여기에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는 호흡기 건강을 위협한다. 면역력 저하로 고생하는 이들의 건강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이런 환경 변화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자율신경을 극도로 피로하게 한다.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는 체온 조절 기능을 흔들고, 차가운 공기는 기관지와 폐를 위축시키며, 미세먼지와 대기 오염물질은 혈관 염증과 호흡기 질환을 촉발한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기온이 하루 5도 이상 급격히 떨어질 때 심뇌혈관질환 발병률이 평소보다 30%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면역 취약층에 이 모든 것이 치명적 위험 요인이 된다. 이럴 때일수록 몸의 균형과 회복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대의학이 급성 질환 치료에 뛰어나지만, 이런 복합적이고 만성적인 환경 스트레스에 맞서려면 전인적(全人的) 접근이 필요하다. 한의학은 바로 그 지점에서 해답을 제시한다. 한방 의학은 인체를 하나의 유기적 통합체로 보고, 기(氣)와 혈(血), 음양(陰陽)의 조화를 통해 면역과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시킨다.
환절기에 처방되는 보폐강기(補肺强氣) 한약은 호흡기 점막을 보호하고 폐 기능을 강화해 외부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또 침·부항 치료는 자율신경 안정과 혈액순환 개선에 탁월해 환절기 두통·불면·만성피로 같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면역 저하, 반복되는 호흡기 감염, 원인 모를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에 면역의 토대를 다지고, 몸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자연 친화적 치료법으로 주목받는다. 한약 복용과 침 치료를 병행한 환자가 단순 대증치료만 받은 환자보다 호흡기질환 재감염률과 피로감 호전 정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있다.
무엇보다 한방치료는 단순한 질병 치료에 그치지 않고 계절의 변화에 맞춰 생활 관리법을 함께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를 들어 환절기에는 따뜻한 차와 규칙적인 수면, 폐와 대장을 보호하는 식습관, 심호흡과 기혈 순환을 돕는 간단한 스트레칭까지 통합 관리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방치료를 위한 한약 역시 감기 치료를 마친 뒤 면역력 회복을 위해 백보폐나 백거풍 백근력 등 백세 시리즈를 처방한다. 이는 단순 처방이 아니라 몸과 마음, 생활 전반을 조화롭게 회복시키려는 치유 과정이다.
이상기후와 대기오염, 코로나19 이후의 면역 취약성은 단순히 한 시대의 유행병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장기적인 건강 위기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몸의 균형을 지키고 면역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길, 바로 이것이 환절기에 한방치료가 더 절실해지는 이유다.
한의학의 지혜와 현대인의 건강 관리가 함께할 때가 바로 환절기가 시작되는 지금이다. 항시 전하는 바이지만,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고 예방에는 면역이 최고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