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신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과장
황사는 중국의 내몽골에서 발생하는 모래폭풍과 흙먼지로, 우리나라의 대기질에 악영향을 미치고 호흡기를 비롯한 다양한 질환을 야기한다. 수년 전 언론 보도에서 바람이 부는 사막에 낮은 울타리를 쳐 바람에 모래가 멀리 날아가지 않도록 한 뒤 모래가 쌓인 곳에 묘목을 심는 프로젝트를 접한 적이 있다. 나무를 자라게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은 흙이다.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흙의 안정적인 성상이다.
인체의 피부를 자연의 나무와 견줘보자면 나무의 안정적인 성장과 영화로움은 피부의 부드러움과 윤택에 비유할 수 있다. 나무에 수분과 영양분을 제공하는 흙은 기육(살)의 풍성함과 기육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액의 질적·양적 안정성에 기초를 둔다. 그러므로 나무의 성쇄는 단순히 나무의 수종에만 두지 않는다. 해당 지역에 있는 토지(흙)에 적절하게 맞는 수종을 선택해야 하고, 흙을 살리는 방법을 같이 강구해야만 병충해에 강한 풍성하고 화려한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피부는 폐(肺)의 생리, 병리를 나타내는 부분이고 기육은 비위(脾胃)의 생리, 병리가 발현된 장소로 본다. 피부의 문제는 폐의 병리상 문제점을 살펴보고, 또 비위(脾胃)의 생리적인 관점을 찾아야만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 한의사가 피부질환을 진단할 때는 환자의 평소 밥맛이 좋은가, 안 좋은가, 소화력이 뛰어난가, 약한가, 평소 변 상태가 묽은가, 단단한가 등 다양하고 심층적인 비위(脾胃)의 이상 유무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이를 종합·분석해 진단한다.
피부염도 피부에만 국한된 문제로 보지 않는 것이 한의학이다. 몇 가지 예로 보자. 첫째, 가을철 물이 없어서 마르고 먼지 나는 땅을 상상해보자. 이는 피부에 유수분의 생성 능력이 부족해 발생하는 노인성 피부건조증과 비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흙에 물이 스며들도록 조처하면 된다. 이때는 고진음자(固眞飮子)와 같은 인체진액의 생성을 유도하는 한약을 처방한다. 생성된 진액은 혈액을 타고 기육에 가서 피부에 진액을 제공하므로 피부는 탄력 있고 윤택해지고 가려움도 진정 되는 것이다.
둘째, 장마로 물이 넘치는 땅을 생각해보자. 이는 피부에 진물이 넘쳐나는 습진에 해당된다. 이럴 땐 월비탕(越婢湯)을 처방해 기육에 남아도는 습기를 말리게 한다. 기육에 습기가 사라지면 촉촉하고 윤택하며 건강한 피부로 바뀐다.
셋째, 가뭄이 들어 뜨거운 태양빛 아래 마르고 갈라진 땅을 상상해보자. 이는 진물이 없는 건조하고 거북 등처럼 딱딱하며 심한 가려움을 동반한 아토피 피부염에 해당된다. 이때는 백호탕(白虎湯)이라는, 강한 열기를 날려버리는 한약을 처방한다.
넷째, 질퍽하면서 탁하고 오물이 있는 땅은 진물 가려움 염증 등 다양한 피부증상이 혼재한 것에 비유되는데, 피부의 염증 상태를 우선 빨리 제거하는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을 사용해 증상을 회복시킨다.
이처럼 피부질환의 문제를 피부에만 국한하지 않고 피부의 흥망성쇠를 담당하는 기육에 책임을 물어 치료하는 것이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피부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