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대지에 생기가 돌고 산등성이에 꽃 소식이 들려오면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의 표정에서도 설렘이 읽힌다. 하지만 봄의 꽃 구경은 몸과 마음이 같질 않다. 이때 무리해서 걷고 난 뒤 관절과 근육의 문제로 고생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한의학에서는 겨울을 기운을 안으로 갈무리하는 ‘폐장(閉藏)’의 시기로 본다. 우리 몸의 근육과 인대 역시 추위에 대비해 단단히 수축하며 탄력을 잠시 내려놓는다. 문제는 봄이 오면서 마음은 이미 꽃밭을 달리고 있는데, 우리 몸의 엔진은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삐걱거린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예열되지 않은 기계의 무리한 가동’과 같다. 뻣뻣해진 관절을 갑자기 가동하면 기혈 순환이 정체되면서 나타나는 ‘비증(痺證)’의 증상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산행이나 장거리 도보 여행을 계획한다면 무엇보다 발바닥과 발목, 무릎의 컨디션을 살펴야 한다. 봄철 산길은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며 지면이 불안정해지기 쉬운데, 이때 평소보다 보행량이 늘어나면 족저근막염이나 퇴행성 관절염이 악화하기 딱 좋은 여건이다. 발바닥 앞쪽 움푹 들어간 용천혈(湧泉穴)은 몸의 생명력이 솟아나는 통로다. 야외 활동 중간중간 쉬어주면서, 발목이나 무릎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고, 용천혈을 자극해 풀어 주면, 기혈의 흐름이 원활해지며 나른한 피로감이 한결 가라앉는다.
온도차도 주의해야 한다. 낮 기온이 높다고 해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섰다가 땀이 식으며 찬바람을 맞게 되면, 근육이 급격히 경직되며 ‘담(痰) 결림’이 발생한다.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수시로 체온을 조절하고, 활동 전후로 목 뒤의 ‘풍지혈(風池穴)’ 주변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나들이 후 발목이나 무릎 같은 관절, 혹은 허리에 통증이나 불편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내 몸이 이미 한계를 넘어 무리했다는 명확한 신호다. 통증 초기에는 부기를 가라앉히는 냉찜질이 효과적이지만, 며칠이 지나도 뻐근함이 가시지 않는다면 온찜질과 함께 혈액 순환을 돕는 침 치료가 필요하다. 한방에서는 침을 통해 정체된 기운을 소통시키며, 활동으로 소진된 진액과 기력을 한약을 통해 보충함으로써 회복의 속도를 높인다. 아울러 추나요법은 무리한 활동으로 미세하게 틀어진 골반과 척추의 균형을 바로잡아 신체 역학적인 안정성을 되찾아준다.
우리 몸의 관절은 소모품과 같아서 한 번 발생한 미세 손상을 제때 회복하지 못하면 보상 작용에 의해 다른 부위까지 연쇄적인 통증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며칠 지나면 낫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작은 통증과 불편함을 방치했다가는, 꽃이 지고 여름이 올 때까지 지속적인 고질병으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이상 신호가 감지될 때 적절한 한방 처방으로 신체의 균형을 되찾아주는 것이 현명하다. 기계도 오래 쓰기 위해서는 기름을 치고 조여야 하듯, 우리 몸 역시 봄철의 과부하 뒤에는 반드시 세심한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고, 지친 근육과 관절을 따뜻하게 달래주자.
조성우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