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화정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제가 아토피인가요?” 피부 습진이 조금 오래 지속되거나 혹은 자주 재발하고 만성화된 환자분들이 필자에게 물어보는 질문이다. 현대의 피부질환 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힘들어 하는 질환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만큼 환자가 흔하고 치료가 어려우며 만성화되기 쉬운 질환이다.
아토피(atopy)는 그리스어로 ‘이상한, 비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이는 피부가 가렵고 피부염증이 반복되며 오래 지속되고 특징적인 발진 부위를 가지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천식 두드러기)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보통 어릴 때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청소년기와 성인기에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피부 습진이 조금 오래되고 재발한다고 해서 무조건 아토피 피부염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신 분들은 “제가 완치될 수 있나요?” “유전이 되는 건가요?” 등의 질문도 많이 한다.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질문들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치료가 어렵지만 치료와 관리를 잘 한다면 완치될 수 있는 질환이다. 환경적인 요인, 음식물, 정신적인 스트레스, 체력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아토피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총괄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체력도 올려야 하고 음식과 스트레스 등에 강해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특히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연고 등의 치료를 많이 한 경우에는 더욱 오래 걸릴 수 있다.
몇 년 전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임산부를 진료한 적이 있다. 이 분의 첫째 아이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보통 임신을 하면 체온이 조금 더 상승하기 때문에 피부염이 좀 더 심해진다. 이 환자분은 첫째 아이 임신 때는 아토피 피부염의 상태가 심했지만 임신 중이라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하고 출산했다. 그리고 첫째 아이를 지켜보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둘째 임신 후 지인의 소개로 필자를 찾아와 치료받게 되었는데 “임산부의 아토피 피부염을 모두 완치시키지는 못해도 완화시킬 수 있으며, 태아에게 열이 가지 않도록 치료하겠다”고 설명한 후 한약 치료에 들어갔다. 그 이후 임산부의 피부염이 완화되고, 출산한 둘째는 피부가 아주 깨끗한 상태로 잘 자라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관리를 잘 하고 치료를 적절히 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질환이다. 유전성 경향이 있지만 무조건 유전되는 것도 아니다. 옛날에는 어릴 때 아토피 피부염이 있어도 자라면서 낫는다고 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커가면서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 인스턴트 및 가공식품의 증가, 미세먼지 등 환경 악화, 면역력과 체력 저하 등으로 더욱 고질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방에서는 같은 피부염이라도 환자의 피부 상태와 면역력, 스테로이드제 등의 사용 여부에 따라 치료가 달라질 수 있으며, 오래된 피부병은 회복을 위해 시간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약 외에도 침 약침 외용제 등의 치료와 운동, 보습제, 식습관 관리 등을 병행해 나가면 아토피 피부염도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