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변우 동의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과장
“이런 것도 한방으로 치료되나요?” 필자가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훈련 중 다치면 즉시 침을 맞으러 오지만 소화불량이나 불면 두통 무좀 등의 다양한 질환도 한방치료가 가능한지 몰랐다는 것이다. 경련성 복통으로 한 달에 한 번꼴로 응급실을 찾던 어느 병사는 침 치료 및 한약 복용으로 밤 사이 고비를 넘기고 이후 한방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병이 나았다. 환자분들에게 치료선택의 폭을 넓혀드린 것 같아 뿌듯한 시간이었다.
현대의 많은 질환이 만성 피로에서 오고 휴식이 최고의 치료인 것을 모두가 알지만 바쁜 현대인은 내 몸을 돌볼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다. 면역력 증진의 전문가인 필자는 환자분들에게 내 몸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며 어떤 문제로 아픈 곳이 생기는지 설명하고 침과 한약으로 몸이 회복되는 것을 도와준다. 예를 들어 근골격계 질환은 항상 똑같은 강도로 아프기보다 컨디션이나 날씨에 따라 심하기도 하고 덜하기도 한다. 다른 질환들도 비슷하다. 맛있게 식사를 하다가 스트레스 받는 이야기를 들으면 입맛이 싹 사라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부룩하기도 하고 심하면 머리가 지끈해지기도 한다.
이럴 때 피로가 누적되는 생활습관을 내 몸이 이겨내고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한약이다. 근래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활력을 찾기 위해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찾지만 한두 가지 성분이나 한약재 배합으로 이뤄진 건강기능식품보다 한약은 내 몸 상태에 맞게 한의사가 처방하기에 더 적극적인 방법이다. 여포가 아무리 뛰어난 장수라도 홀로 승리할 수 없듯이 여러 약재가 어우러져 내 몸의 회복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다.
기존 한방치료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크론병, 궤양성 위장질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내과적 질환, 전립선으로 인한 배뇨장애, 난임 등에 강점을 보였다. 여기에다 면역이 중요한 시대를 맞아 한약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질병 예방을 위한 면역력에 관심이 높다. 수시로 변이를 일으키는 감염병에 대한 백신의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이제는 각자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면역력을 키워 다양한 감염병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백신 접종 후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접종 전후 컨디션 관리에도 관심이 높다. 그에 따라 한약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다. 양방의 링거는 맞고 나면 좋지만 지속력이 떨어진다. 반면 한약은 한동안 먹으며 든든하게 회복시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완고한 기침, 입맛이 없고 숨이 가쁜 것처럼 코로나 후유증의 치료에도 한약이 도움을 준다.
활기차고 상쾌해야 할 아침에 출근하기 싫고 몸이 천근만근이거나 30~40대 나이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성 질환인 경우에는 약을 한두 가지 정도는 먹게 된다. 또 소변이 시원하지 않고 다른 불편한 증상들이 많아지면 복용하는 약도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이제는 개별 질환 하나하나에 대처하기보다 나의 면역력이 증진돼 두루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컨디션에 따라 변화하는 증상들마다 대응하기보다 내 몸의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좋아져 불편한 증상이 개선되는 것이 건강을 위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