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령 광도한의원 대표원장·한의학박사
요즘 세계는 ‘K열풍’이다. 굳이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아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콘텐츠 개발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동아시아권에서 압도적인 피지컬도 무시 못할 것이다. 정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남녀의 키는 과거보다 각각 평균 6㎝, 5cm 커졌다. 자연스럽게 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키가 작은 것에 대한 불안함도 가중되고 있다. 흔히 키는 유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유전은 결국 한계치를 설정할뿐 환경적 요인과 생활 섭생에 따라 변동이 가능하다. 즉, 부모의 키로 아이 키를 예측하는 계산식에서 위·아래로 5cm 정도의 변화는 가능하다는 뜻이다.
아이 성장에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할 요인들을 알아보자. 우선 영양과 대사, 내분비 질환 등의 급성·만성 질환이 있다면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또 성장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야간에는 숙면을 취해야 하므로, 최소 밤 10시 전에는 잠을 자는 것이 좋다. 그 외 올바른 식이, 적절한 운동, 정서적 안정 등이 중요하다. 또 다른 점은 성장치료의 시기이다. 많은 연구들은 일관성 있게 사춘기 이전을 그 시점으로 잡는다. 남아는 고환이 커지기 전, 여아는 유방이 형성되기 전으로 생각하면 쉽다. 대략 2차 성장 급진기가 오는 시기를 보면 남아는 13~15세, 여아는 10~12세이므로 그 이전이라고 보면 된다.
반드시 성장치료를 권하는 경우가 있다. 첫째는 키가 하위 3% 이하일 때, 둘째는 한 해 키 성장이 4cm 이하일 때, 셋째는 10세 미만 아이가 평균키보다 5cm 작거나 10세 이상 아이가 평균키보다 10cm 이하로 작을 때, 넷째는 성장을 저해하는 증후군이 있을 때이다. 이런 경우는 빠른 시기에 내원해 성장치료를 해야 한다.
한의학의 동의보감에서는 성장과 관련해 오지(五遲) 오연(五軟) 감증(疳症) 등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비위(脾胃) 폐 신(腎)의 약화와 관련이 많다. 소화력이 약하고 잘 먹지 못하는 경우, 야뇨증이 오래 지속되며 뼈가 얇고 약한 아이들, 감기를 달고 살며 알러지 및 아토피 증상과 비염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대체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아이들은 각자 타고난 약한 장기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약한 고리에서부터 성장 방해요소가 발생하기에 한의사의 맥진과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성장 관련 건강보조식품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의사의 맥진과 진단으로 치료할 때,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녹용의 사용이 아주 중요하다. 각 개인에 맞는 탕약을 바탕으로 녹용을 사용하는데, ‘3개월 집중 투약 후 3개월 휴지기’의 6개월을 1주기로 잡고 치료한다. 통계적으로 사춘기 전에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기 때문에 빨리 시작하면 4주기 이상을 치료할 기회가 생길 수 있어 결과가 좋다. 이를 통해 약한 장기 치료 및 성장을 도모한다. 성장판에 직접 자극을 줄 수 있는 침은 꾸준한 치료가 도움이 된다. 또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아이들은 거북목 일자목 척추측만증 골반 경사 등의 근골격계 질환을 교정하는 추나 치료로 숨겨져 있는 키를 바로 복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