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어르신이 오랜만에 진료를 받으러 오셨다. 반가워서 인사를 드리니, 어르신은 “코로나 후유증 때문에 죽다 살았다”며 그간의 사정을 말씀하셨다. 많은 환자를 보는 의사조차도 이제 일상이 된 코로나19 후유증에 둔감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1월 20일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보고된 후 현재까지 2500만 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후유증 역시 급속도로 늘었다. 최근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후유증 상병코드가 2020년 10월 신설된 후 올해 7월까지 5만4463명이 진료를 받았다. 대증치료로 인해 다른 질병코드에 등록된 환자들도 있으니 실제 후유증 환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것이라, 결국 누적된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는 의학의 입장에서는 곤란하기 짝이 없는 질병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자체가 변이를 계속하며 진화하고 있어 증상과 그 후유증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질병관리청과 대한감염학회의 논의를 통해 ‘코로나19 진단 12주 이후에 다른 질환으로 설명되지 않는 하나 이상의 증상·징후가 지속되는 것’을 만성 코로나19 증후군(롱코비드)으로 정의한다. 급성기 또는 아급성기 합병증으로 정맥혈전색전증 심근염 심낭염 뇌염 및 갑상선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 후유증이라고 하면, 이들 두 가지의 합병증 및 후유증과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이 포함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러한 코로나19 후유증의 주요 증상을 살펴보면, 결국 인체의 회복력 차이에 의한 것으로 귀결시킬 수 있다. 쉽게 말해 같은 자연재해를 겪더라도 국가의 인프라 수준에 따라 복구력에 차이가 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한의학은 예부터 인체의 기운과 회복력을 증가시키는 것에 의학의 목적성을 두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호흡기로 감염되는 질병은 인체의 폐와 호흡기 기능을 떨어뜨리는데, 동의보감에서는 ‘폐주기’(肺主氣·폐는 인체의 기운을 주관 한다)’라고 하였다. 즉, 폐가 병 들면 인체의 기가 약해지고 회복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코로나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 보도된 바에 의하면 2년 넘게 후유증을 겪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반에는 면역과 폐 기능의 회복을 위해 침법 및 구술을 먼저 시행한다. 폐정격 등의 침법은 코로나로 인해 이미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거나 후유증의 양상이 심하다면 탕약 등의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다. 예로부터 큰 병 후에 사용돼 오던 십전대보탕 녹용대보탕 경옥고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후유증의 양상이 너무 오래되고 깊다면 공진단 등과 같은 약들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다 보니, 대다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증상과 후유증에 대해 무덤덤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병이라는 것은 우리의 무덤덤함과는 상관없이 일상 생활을 망쳐버릴 수 있으므로 최대한 빠르게 후유증 치료와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