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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원의 한방 이야기] “피곤해서 안 크는 게 맞나요 원장님?”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1-04-27 (화) 10:46 조회 : 721


심재원 심재원한의원 원장

“아이가 피곤해서 안 크는 걸까요.” 진료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한의학에선 피로를 증상으로 분류해 ‘노권상(勞倦傷)’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성장클리닉에서도 노권으로 인한 성장 부진을 자주 접해 오늘은 노권상과 노권에 의한 성장부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노권상은 흡수에 비해 소모가 많다 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흡수가 나쁘지 않은데 활동이 너무 많아 노권이 생기는 경우와 태생적으로 허약해 소모가 많지 않아도 노권이 생기는 것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그럼 노권상은 어떤 식으로 나타날까요. 피로를 많이 호소하는 아이의 부모라면 증상이 어떠한지 알아두셔야 하겠습니다. 우선 아이가 에너지를 과잉 소모하면 인체는 항진합니다. 즉 휴식이 필요한데도 계속 사용하니 과부하가 생겨 발열이 되는 겁니다. 이 발열은 실제 체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피곤하면 몸이 달아오르면서 갑갑해지는 것과 같이 열이 나는 것이라 가짜열 즉 허열이라 표현합니다. 노권이 발생한 사람은 반드시 허열이 생기고, 이 허열이 이어지면 상부로 오르면서 열에 의한 여러 증상이 나타납니다. 즉 허열을 없애기 위해 가슴 목 머리 등을 중심으로 식은 땀을 흘리게 됩니다. 땀을 흘려도 허열이 조절되지 않으면 목이 부어올라 열을 가두고자 합니다. 이때 편도 등이 붓기도 합니다. 허열이 해결되지 않으면 경기 등이 나타나고 이어 마지막 안전장치인 비점막이 터져 코피가 자주 나게 됩니다.

피로하여 기능이 항진되면 혈액이 골고루 인체에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증상이 동반되지요. 혈액이 상부로 잘 전달되지 않아 허약하고 차가운 성격의 허한성 두통이 나타나며, 식사 때도 허한성 복통을 호소합니다. 운동을 많이 하거나, 찬바람이 불어도 혈액 전달이 약해 두통과 복통이 나타납니다.

노권상을 가진 아이는 마치 마라톤이나 등산을 하는 사람처럼 인체가 항진되어 있는 상황이라 식사를 할 때도 많이 먹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대개 사람이 피곤하면 잘 먹고 잘 쉬어 이를 극복해야 하는데, 노권상이 있는 아이는 피로가 올라가면 되레 소화기의 기능이 떨어지므로 피곤할수록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소화기가 겪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래 씹지 않으면서 칼로리만 높은 음식, 즉 쥬스나 과일 과자 사탕 초콜릿 등 녹이거나 마시는 형태의 음식을 찾기도 하지만 이는 결국 성장에 필요한 충분한 영양이 부족해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발생하는 노권상은 그 특징상 태생적으로 허약한 아이들에게 많이 발생하지만 열정이 큰 아이들, 지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 한데 어울려 활동할 때 너무 열의가 넘치는 아이들에게도 잘 발생하게 되니 관찰이 필요합니다.

이제 노권상이 왜 생기는지 왜 검사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성장 부진을 일으키는지 깨달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허열 식은 땀 편도 코피 두통과 복통 등의 증상을 기억해 혹 우리 아이가 노권상이 없는지 자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