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중학생 딸과 엄마가 함께 생리통 때문에 내원했다. 생리통은 가족력과 연관 있다. 보통 어머니가 생리통이 심하면 딸도 심한 생리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는 생리 양이 너무 많고 생리하기 한참 전부터 골반통과 두통을 심하게 앓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궁샘근육증을 진단받았으나, 45세 나이로 자궁절제수술을 원하지 않았다. 딸은 중학교 3학년인데, 생리통이 너무 심해 생리하는 첫날에는 거의 매회 학교를 못 갈 정도였다.
국내 조사에 따르면 여중·여고생의 80%는 매월 생리통을 겪는다. 생리통은 주로 생리기간 아랫배와 허리 통증으로 나타나고, 심한 경우 미식거림과 어지러움 증상까지 호소한다. 간혹 쓰러져서 응급실로 오는 경우도 있다.
심한 생리통은 당연히 겪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생식 기능과 건강의 지표’가 되므로 치료해야 할 대상이다. 배란이 되면 황체가 퇴화하면서 프로게스테론이 감소하고, 프로스타글란딘은 증가돼 자궁근육이 수축된다. 건강한 자궁 골반 환경에서는 호르몬이 적절하게 분비돼 생리통이 발생하지 않지만, 자궁근육의 수축이 불규칙하고, 횟수가 증가하고, 수축압이 커지면 통증이 유발된다. 따라서 매월 생리통이 반복된다면 자궁질환이 있는지, 자궁근육의 수축력이 부족한 지, 자궁과 골반 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지를 의심해봐야 한다.
어머니의 자궁샘근육증은 40대 이후 흔한 질환으로, 생리 양을 늘리고 골반통을 심하게 하며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흔히 호르몬제(피임약)를 먹거나, 미레나라고 하는 피임장치를 삽입해 생리를 억제하기도 한다. 효과가 없으면 결국, 자궁을 절제하는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위의 환자는 호르몬치료의 부작용으로 부정출혈을 겪자 중단했고,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일찍 폐경 되는 것을 우려해 비수술 치료를 희망했다.
이 경우 자궁샘근육증에 대한 한의 치료는 증상 개선이 최우선이다. 생리 때마다 자궁내막 조직의 염증이 통증을 유발하므로, 이를 해소하는 약침 치료를 시행했다. 생리 양이 많다면 생리통을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되므로 한약 치료로 생리 기간에는 양을 줄여주고, 비생리 기간에는 자궁 내 혈액순환을 늘리도록 해 자궁 내 정체된 ‘어혈’을 해소하고, 침뜸 치료로 골반강 내 혈액순환을 촉진하게 했다. 환자의 적극적인 생활 습관 개선 노력까지 더해져 성공적으로 정상적인 생리 양상을 되찾았다.
딸은 입시 준비로 한창 잠을 못 자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골반 순환 저하의 원인이 되는 경우였다. 체력을 보강하고 순환을 돕는 한약과 뜸 치료를 병행했고, 생리주기도 돌아오고 생리통으로 먹는 진통제 양을 많이 줄이게 됐다. 매월 괴롭게 하던 생리가 편해지니 더불어 학업성적까지 좋아졌다.
생리통은 ‘생리의 양상’과 ‘환자의 전신건강 상태’를 살펴 원인을 찾고, 이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 생리통의 한의 치료는 단순한 진통제가 아닌 근본적인 원인 치료에 도움을 준다. 생리통은 첩약 보험 시범사업 대상 질환으로, 한약도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니 가까운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을 찾아 늦지 않게 치료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