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웅진한의원 원장 · 한의학 박사 · 동국대 외래교수]
< 비만, 단순한 외모문제 아냐 >
많은 질병과 함께 현대인을 괴롭히는 질환이 '비만'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중 비만환자가 매년 30~40만 명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보통은 생활의 부조화, 먹는 음식의 부조화, 과다한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 등을 꼽는다.
자연에는 자연의 순행법칙이 있듯이 인체에는 규칙적인 리듬이 있다. 이 리듬이 깨지거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여러 가지 질병과 함께 비만이라는 인체의 대사이상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교대근무하는 직장인과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수험생들은 수면시간의 이상으로, 출산여성의 경우 임신 및 육아와 생활리듬의 부조화로, 앉아서 장시간 일하는 사람들은 운동량의 감소 등으로 비만이 오기 쉽다. 먹는 음식의 부조화로는 과다한 인스턴트 음식 섭취나 과다한 육류 및 밀가루 음식 섭취, 오염된 농산물 섭취, 설탕 과다 섭취, 먹는 시간의 불규칙성, 과식·폭식 등을 들 수 있다.
현대에 비만이 많은 이유는 환경오염과 유가공품, 오염된 육류, 방부제, 항생물질, 호르몬제제, 식품첨가물, 인공첨가물이 들어간 인스턴트 식품 등으로 인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작용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의 열을 생산하는 세포이자 난로이며 대사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세포발전소이다.
그런데 오염물질은 이 기관의 작용을 둔화시켜 대사항진을 돕는데 이상이 발생하게 한다. 칼로리가 높더라도 자연식품이면 비만이 잘 생기지 않고 칼로리가 낮더라도 오염식품이면 비만이 생기기 쉽다. 사실 친환경 농산물만 먹고 오염식품을 먹지 않으며 규칙적으로 생활하면 비만이 잘 생기지 않는다. 살을 빼기 위해 갑자기 굶거나 음식 섭취량을 많이 줄이는데, 특히 칼로리가 낮은 음식만 지속적으로 먹는 것은 초기에는 살을 빼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나 오히려 몸의 대사효율을 떨어뜨려 만성비만으로 가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체내의 비기(脾氣·소화기능)가 저하되어 비습(肥濕·지방과 수분)이 정체되거나 혹은 기혈순환이 잘 되지 않아 몸 안의 노폐물인 담음, 어혈 등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쌓이면 비만이 발생한다고 본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체질에 따라 살이 찌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은 몸 안의 소화흡수 능력과 신진대사 작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만한 사람은 정상체중인 사람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은 2배, 고혈압은 1.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비만인 경우 당뇨위험은 5배, 고혈압은 2.5배 높다고 한다.
비만은 이제 단순히 외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만성질환의 하나로 분류되는 만큼 2차적으로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중풍 등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치료해야 한다.
2016년 6월 14일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