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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4-02-25 (화) 10:49 조회 : 766
[고우신 동의대한방병원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배농요법으로 짜내고 오장육부 튼튼하게 -

우리나라가 '스킨케어' 시장 세계 1위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피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특히 젊은이에게 많이 생기는 여드름은 피부에 발적(빨갛게 부어오르는 현상), 화농(곪음) 등 여러 증상을 지속적으로 남긴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가 많은 회사 일을 마치고 휴식을 갖기 위해 집으로 간다. 하지만 집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음날 회사 생활은 더욱 힘들어진다. 여드름 발생은 휴식을 취하는 집과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난 뒤 실내 공기가 탁하면 상쾌한 하루를 맞이할 수 없다. 또 집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면 기름때가 많이 발생하므로 세제를 더 사용할 수 밖에 없고 이러면 환경오염이 더 심해진다. 그리고 설거지를 할 때 하수구가 부실하면 물이 잘 빠지지 않고 넘치게 된다.

인체에서 시원한 공기를 제공하는 것은 '폐'이다. 그런데 폐에 문제가 생기면 '필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집안이 탁하고 더운 열기로 가득해진다. 인체 내부에 신선한 산소 농도가 낮아지고 오염물질이 제거되지 못하는 것이 피부로 파급돼 여드름이 일으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폐열(폐에 열기가 가득찬 것)이라고 한다. 치료는 폐의 열기를 신선하고 청정하게 바꿔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 기름진 음식과 기름에 튀긴 음식은 노폐물이 많이 발생한다. 훌륭한 비위(脾胃, 밥통)를 갖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름진 음식로 인한 노폐물이 인체의 혈액과 체액을 혼탁하게 만든다. 이것이 '순환의 정점'인 얼굴에 이르러 여드름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장위습열(腸胃濕熱, 위장에 노폐물이 가득찬 것)이라고 부른다. 치료는 인체 내 장위에 잠복해 있는 습열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낡은 하수구로 무리하게 배수를 시키면 하수구는 고장이 날 수 있다. 이를 인체에 비유하면 비위가 약한 것과 마찬가지다. 평소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말초순환'도 잘 이뤄지지 못해 손발이 차고, 음식물을 조금 과하게 먹으면 장에 탈이 나거나 위장 장애를 호소하면서 여드름이 나타난다. 이것 또한 비위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로 여드름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비위허한(脾胃虛寒, 소화기가 냉한 것)이란 말로 표현한다. 이에 따라 비위를 따뜻하고 튼튼하게 하면서 여드름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

여드름 치료가 쉽지 않은 것은 이런 현상들이 자주 일어날 수 있고 작은 부주의에도 재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법으로 관리하면 여드름은 충분히 좋아지고 재발 가능성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배농요법(고름을 외부로 빼내는 것)으로 얼굴의 여드름을 짜내고, 여드름 진행을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를 기존 오장육부의 안정을 발휘하는 약물요법과 같이 병행하면 우수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2014. 02. 11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