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흠 우심한의원 원장]
- 수박, 땀 많은 체질엔 '득'보다 '독' -
태양의 빛이 대기와 대지를 데워주는 정도에 따라 계절은 여름과 겨울로 나누어진다.
강렬한 태양의 빛이 약해지면서 가을을 거쳐 겨울로 넘어가고, 또 약해진 태양 빛이 강해지면서 봄으로 여름으로 계절은 바뀐다. 세상 모든 자연은 거기에 맞춰 싹이 나고 꽃이 피고 과실이 맺히고 낙엽 지고 휴지기를 맞이한다. 이러한 자연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 반복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태양 빛의 세기만 달라질 뿐이다.
한의과 대학에 처음 입학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인체는 소우주이다'라는 것이다. 인간 역시 이런 계절의 변화, 태양 빛의 강약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거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생활을 하였을 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예부터 우리는 봄·가을에 보약을 먹는다고 생각을 많이 하였고, 실제로도 봄·가을에 보약을 많이 찾는다. 그런데 왜 하필 봄·가을일까.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고 이른바 컨디션이 가장 좋을 수 있는 시기인데 이 시기에 보약을 먹는 것일까.
그것은 봄 뒤에 오는 여름이 인체에 힘든 시기이고, 가을 뒤에 오는 겨울 역시 힘든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름의 강렬한 햇빛은 인체에 어떤 무리를 초래하고, 너무 약해진 겨울 햇빛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탓이다.
벌써 여름 기온을 느끼고 있다. 여름철에 흔히 먹는 보양식으로는 삼계탕과 보신탕이 떠오른다. 두 음식의 공통점은 열이 많다는 것이다. 흔히 이열치열이라고 하는데 열이 많은 시기에 왜 열이 많은 음식을 먹어 건강에 도움을 주려는 것일까.
언뜻 보면 아주 이치에 어긋나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인체의 반응을 이해하면 수긍이 된다.
한방에서 땀은 '양'이라 표현된다. 즉, 내부의 양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이 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땀을 많이 흘리면 내부의 양기가 밖으로 빠져나와 양이 모자라는 현상이 생긴다.
이것을 망양(亡陽)이라고 한다. 이렇게 밖으로 빠져나간 양기를 보충하기 위해서 열이 많고 뜨거운 삼계탕, 보신탕이 여름철의 보양식이 된다.
반대로 여름에 생산되는 과일인 참외나 수박은 강렬한 햇빛 아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속에 차가운 수분을 가득 담게 된다. 마치 사막의 선인장처럼. 그 성질은 많이 차다. 여름철에 양기가 밖으로 빠져나가 차가워진 뱃속에 이런 차가운 음식이 들어오면 배탈 설사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여름철 배탈 설사가 많은 이유이다.
누구나 이런 망양에 잘 걸리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면 어떻게 내가 망양에 잘 걸리는 체질인 것을 알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뜻밖에 간단하다.
목욕탕이나 사우나를 갔다 왔을 때 어떤 사람은 개운하고 몸이 상쾌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개운한 것 같은데 자꾸 늘어지고 심하면 한숨 자야 하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몸속에 양기가 넘치니 여름 보약이나 보양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 후자는 땀을 통해 넉넉지 않은 양기가 빠져나가 쉽게 부족해지는 예이다. 이런 사람이 망양에 걸리기 쉽다. 이런 체질이 여름 보약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일 것이다.
2013. 05. 28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