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록 동의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과장]
- 몸과 마음 허할 땐 인삼으로 원기 보충 -
최근 법원에서 만성피로증후군도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라는 판결이 내려지고, 업무로 말미암은 극도의 피로, 이른바 '소진현상'(burnout)을 경험한 고용 노동자의 사망률이 높다는 외국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만성피로증후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이란 원인 질환 없이 임상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나타나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해를 받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 피로와는 달리, 만성피로증후군은 휴식을 취해도 좋아지지 않는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운동 후 심한 피로, 집중력 저하, 기억력 장애, 수면 장애, 미열, 인후통, 두통, 근육통, 관절통, 위장 장애, 무력감, 수족냉증, 어지럼증, 식은땀 등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바이러스 감염을 포함한 각종 감염증, 일과성 외상 또는 충격, 극심한 스트레스, 독성물질, 중추신경계 장애,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소견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의학적으로 만성피로증후군과 기질적, 정신적 원인에 의해 피로증상을 나타내는 병증을 모두 포함해 넓은 의미로 허로(虛勞)라고 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 허로는 허손(虛損), 허병(虛病), 노상(勞傷), 노증(勞蒸), 육극(六極), 칠상(七傷), 허겁(虛怯) 등으로 표현돼 있다.
허(虛)는 우리 몸의 에너지와 물질이 모두 부족한 것이고, 손(損)은 오장육부가 손상을 받게 된 것을 의미한다. 허로(虛勞)증은 이러한 허손(虛損)이 누적돼 점차 쇠약해지는 만성질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원인이 인체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허약하거나 과로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때 허로(虛勞)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위(脾胃)의 기능으로, 만일 비위(脾胃)의 기능이 심하게 손상됐다면 보(補)하는 방법을 사용하기가 어려워 예후가 좋지 않다고 본다.
한의학적인 치료는 허로(虛勞)증을 오로(五勞), 육극(六極), 칠상(七傷)의 단계적으로 나누어 치료하게 된다. 먼저 어떤 장부가 손상을 받았는지를 파악해 폐장이 손상되었을 때에는 기를 보충하고, 심장이 손상되었을 때에는 혈을 순조롭게 하며, 비장이 손상되었을 때에는 음식을 적절히 하고 체온 변화에도 유의한다. 간장이 손상되었을 때에는 중초를 따뜻하게 하고, 신장이 손상되었을 때에는 정기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치료하게 된다.
치료 방법으로는 침구요법, 약침 요법, 한약 처방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한약 처방은 급히 보해야 할 때에는 오두, 부자, 천웅, 건강, 관계 등을, 진액을 보충해야 할 때에는 녹용, 당귀, 육종용 등을, 허열을 내려 몸을 도울 때에는 천문동, 맥문동, 인삼, 지황 등 주로 보(補)하는 약제를 사용하며, 환자의 체질과 증상의 경중에 맞게 처방한다.
피로는 몸의 이상을 미리 경고하는 신호이다. 점점 더워지는 요즘 날씨에 몸이 예전과 다르다고 느껴질 때에는 한의사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는 게 큰 불행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2013. 06. 18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