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철 삼세한방병원 대표원장]
- 피로하고 잘 부을 땐 농어 요리 효과 -
장마와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체력관리에도 비상이 걸린다. 한국사람은 여름철에 떨어진 체력 보강을 위해 영양 보충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직장인은 보양식을 찾는가 하면 주부는 남편과 아이들의 영양을 위해 반찬 장만에 각별한 신경을 쏟는다. 그러나 여름철 체력 보강을 위해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비만이나 또 다른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여름에는 더위와 높은 습도, 또는 잦은 기류의 변화로 생리 기능에 이상을 초래해 신체의 조화가 깨지기 쉽다. 기온이 오르면 대사 기능이 활발해 체력의 소모가 많고 땀을 많이 흘리게 돼 인체의 건강 유지에 필요한 수분과 염분, 비타민C 등이 부족하게 된다. 인체는 수분이 70∼80% 이상을 차지해 땀이나 설사로 탈수되면 세포와 조직이 활력을 잃게 된다. 염분은 체액의 산, 알칼리 정도를 조절하는 무기물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부족하면 체액이 산성화돼 여러 질병을 일으킨다. 비타민C는 면역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부터 여름철에 저하되기 쉬운 체력 보강을 위해 음식으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온 것은 과학적인 면에서도 근거가 있다.
여름철에 좋은 음식으로는 어류 중 농어가 단연 으뜸이다. 농어는 허약 체질 어린이나 임산부, 노약자는 물론이고 간장 신장이 약화해 쉽게 피로하고 잘 붓는 경우, 소화기가 약하거나 근육과 골격이 약화한 경우 특히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기 역시 여름철에 입이 마르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피곤할 때 좋다. 육류 중에서는 많은 사람이 보신탕을 즐겨 찾지만 삼계탕, 육개장이나 대구탕, 추어탕 등도 여름철 좋은 음식이다. 이들 음식은 보신과 땀을 식히고 갈증을 해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방에서 체질적으로 보면 태음인은 장어와 쇠고기로 만든 보양식이 잘 맞고, 몸이 차고 피가 부족해 땀을 흘리면서 기운이 쉽게 빠지는 소음인은 인삼 황기를 넣은 삼계탕이 좋다. 열이 많은 소양인은 차가운 성질을 가진 돼지고기와 오리를 이용한 음식이 맞고, 기가 강해 괄괄한 성격 소유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태양인은 칼로리가 낮고 담백한 붕어 요리를 권한다.
또 여름 음식인 콩국수는 콩의 성질이 서늘하면서도 고단백 식품이기 때문에 여름철 땀으로 부족해지기 쉬운 단백질을 보충하는 데 적격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예전의 지방,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섭취가 부족했던 때와는 달리 생활 수준 향상으로 영양 과잉이 문제가 되고 체중 부족보다는 과체중이나 비만과 관련된 동맥경화, 당뇨병 등 만성 퇴행성 질환자가 많아 무조건 잘 먹는 게 누구에게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잘 먹는 것이 곧 여름철 건강관리라고 믿고 보양식 등에 애정을 많이 쏟는 40대 이후는 비만이나 각종 성인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필요 이상의 단백질 섭취는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핏속의 질소 성분이 증가해 피로감을 느끼게 하며 소변량을 늘려 체내 탈수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잘 먹어야 한다는 것보다는 제때에 균형 잡힌 식사를 알맞게, 싱겁게, 그리고 즐겁게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2013. 07. 09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