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흠 우심한의원 원장]
- 변비 환자 식이섬유 충분히 섭취를 -
사람은 자연에서 얻은 음식물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그 나머지는 배설한다. 커다란 음식물이 입에서 부서지고 위산에 녹고, 췌장 액과 담즙에 의해 내부로 흡수될 만큼 작아져서 소장에서 흡수되고 일부 대장에서 흡수된다. 이렇게 흡수된 에너지는 사람의 동력원이 되고 나머지는 대장을 지나며 수분이 적당량 흡수되고 바나나 정도의 점도와 굵기가 되어 대변으로 배설된다. 이것이 정상적인 음식물의 섭취 배설 경로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배변에서 곤란을 겪는다. 변이 딱딱하고 한 번 변을 보는 데 몇 일씩 걸리는 변비는 현대인이 겪는 대표적인 배변 장애일 것이다. 그 이면에 더 많은 사람이 겪는 배변 장애가 과민성 대장염으로 불리고 있다. 과민성장증후군일 것이다.
대장의 운동이 이상을 보이는 이 질환은 장기간 변비나 설사를 하거나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고,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복통이 동반되며 가스가 차는 듯한 복부 팽만감 등을 겪는 게 주 증상이다. 주로 청년기에 많이 발생하며 출혈이나 발열,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없다.
대장의 운동은 대변으로 완성되기 전의 음식물 찌꺼기를 접한 내부의 감각과 이를 인지한 자율신경계의 조절에 의해 완성된다. 이 운동 과정에서 대장을 통과한 찌꺼기가 대변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음식을 먹으면 배변하고 싶어한다. 이것을 위 대장 반사라고 한다.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는 이 반사 반응이 정상인보다 훨씬 강하고 오래간다. 이것은 장 자체의 감각 역치가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그만 자극에도 장은 배변의 욕구를 전달한다.
또 장운동은 신경계 중 자율신경의 조절을 받는데, 이 자율신경의 조절 기능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괄약근의 수축과 평활근의 연동 운동이 떨어져 변비가 발생하고 부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그 반대의 상황이 돼 설사가 생긴다. 이 두 가지 원인이 과민성장증후군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금껏 거론됐다.
최근 진행된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대변에 미생물이 정상인의 그것과 분포가 다르다는 게 발표되고 있다. 정상인보다 유해균(부패균)이 증가하고 유익균(유산균 등)의 숫자는 많이 감소했다고 한다. 이런 유해균의 증가는 내독소(endotoxin)의 증가를 의미한다. 내독소는 장의 점막을 공격하고 이러한 지속적인 내독소의 침범은 결론적으로 장의 과민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내독소로 말미암아 과민성장증후군이 발생하며, 또 그 병적인 상황을 지속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 이에 기초한 치료 방법으로 개선된 과민성 장증후군의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유추해 볼 때 앞으로 의미 있는 치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질환에서 변비를 주로 호소하는 환자들은 식이 섬유의 섭취를 늘릴 것이 권장되고 있으며, 설사가 주 증상이라면 지방, 커피, 차의 섭취를 제한하고 금연을 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콩류는 장내 가스를 과다하게 생성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제한적인 섭취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3. 07. 16 국제신문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