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흠 우심한의원 원장]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사람은 모든 면에서 활발해지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아예 봄이 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각종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알레르기에는 비염, 결막염, 천식, 피부염, 장염 등의 여러 가지 증상이 있는데, 오늘은 콧물, 코 막힘, 재채기, 가려움을 주 증상으로 하는 알레르기 비염에 대해 살펴보겠다.
알레르기 비염은 봄에 많이 발생하는 꽃가루와 환절기에 많이 발생하는 계절성 비염 및 집먼지진드기로 대표되는 통념성 비염이 있다.
계절성 알레르기는 그 물질을 회피하는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집먼지진드기와 환절기에 오는 한랭성 알레르기는 피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불을 매일 소독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며, 아침저녁 기온 차가 많이 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두꺼운 옷을 하나씩 더 들고 다닌다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가. 그래서 알레르기가 한번 발생하면 아주 오랜 시간 고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금까지 흔히 사용되는 치료는 항히스타민제제라는 약물치료가 대부분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항원)이 점막을 통해 체내로 들어오면,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 인체의 면역 반응이 일어나고 이 면역 반응의 결과로 항체가 만들어지며 이 항체는 점막의 비만세포에서 히스타민 등의 물질을 분비하여 항원을 제거한다. 문제는 이 히스타민이 분비되면 평상시에 벽이 막혀 있는 혈관이 열리면서 혈액의 성분이 밖으로 나오고 이 결과로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간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 비염이 되는 것이다. 항히스타민제제는 이 히스타민이 분비되는 것을 막아 비염의 증상을 억제하는 것이다. 즉, 치료하는 약물이 아닌 증상 발현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여기서 관점을 바꿔 생각하면 똑같은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환절기를 겪지만 어떤 사람은 비염이 생기고, 어떤 사람은 아무 증상이 없다. 즉, 알레르기 비염은 항원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알아내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최근 한 연구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사람의 발병 초기, 치료 중기, 치료 후기의 콧물의 산도(酸度·pH)를 비교해 연구했다. 비염 초기의 pH는 약알칼리성이었는데 치료를 통해 증상이 사라질수록 산성의 경향성을 지니게 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체와 외계를 구분하는 점막은 산성을 가지고 있을 때 가장 건강한 상태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즉,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와 집먼지진드기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내점막의 알칼리화가 원인이며, 이것을 개선하여 산성을 가지게 하였을 때, 우리를 괴롭히는 지긋지긋한 알레르기 비염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2013. 03. 26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