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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가 생기는 화병의 한방치료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1-10-18 (월) 14:31 조회 : 736


강종근 광도한의원 원장

일반적으로 화병은 질병이 아니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세계보건기구(WHO)에도 보고돼 있는 질병입니다. 사실 화병이라는 질병은 필자가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날 때 정말 답답함을 느끼는 질병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화병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입니다. 마치 환자 본인이 화를 잘 참지 못하고, 화를 많이 내는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오히려 화를 잘 내지 못하고, 참는 게 미덕이라서 혹은 도저히 감정 표현을 할 수 없는 압박 속에 지내면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화병 치료에 있어 가장 선결 과제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이유로 환자들에게는 큰 잘못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에 의해서 혹은 환경적인 이유 등에서 이 병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병의 원인은 따로 있는데, 결과적으로 화병이 발생한 환자들만을 치료하는 것이 참으로 답답한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통상 나이가 드신 어머니들에게 보이는 현상인데요,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사고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해 이러한 병의 발생이 모두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덕의 소치라고 스스로를 죄인같이 여긴다는 것이 정말 가슴이 아프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화병의 치료와 재발 방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병에 대한 정확인 인지이기 때문에 본인 잘못이 아닌 경우 스스로를 죄인으로 여기지 말고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꼭 이야기를 하고 진료를 보게 됩니다. 치료에 있어서 가정 및 주변 사람들과의 상담치료도 필요할 수 있으나 일단 환자에게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화병 진단에 있어 핵심적인 신체적 증상은 ▷가슴이 답답하다 ▷열감 ▷치밀어 오름 ▷목이나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짐 등이 있다. 이 중 3가지 이상, 그리고 핵심적인 심리적인 증상 중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낌 ▷마음의 응어리나 한(恨) 중에 한 가지 이상 있다면 화병으로 진단해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되는 환자들은 입이 마르거나, 두통, 불면, 가슴의 두근거림과 사소한 일에도 참기가 어렵고 삶이 허무하고 자신이 초라하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삶의 질을 심하게 떨어뜨리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함을 야기하는 화병은 사실 하루이틀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 오랜 시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생기는 뿌리 깊은 병입니다. 그러다 보니 치료 또한 다양한 치료가 복합적으로 적용돼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혹은 중장기적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 경우에 따라서는 심리치료와 가족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상담치료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침치료는 단기적으로 증상을 완화하고 화병으로 인한 기울(氣鬱)증상을 해소하는 데 빠른 효과를 보여줍니다. 대부분 심경(心經)과 심포경(心包經)의 혈자리를 사용해 긴장을 완화시키고 몸의 기혈 순환에 도움을 줍니다. 증상이 조금 더 심하면 뜸과 부항을 사용하여 적극적으로 뭉친 기운을 풀어 증상 해소에 도움을 줍니다.

한약은 중장기적인 증상 완화 및 치료 후 재발 방지 효과를 보입니다. 병이 너무 오래돼 신체적으로 심장 압박이나 전신 혈액의 순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생기면 심혈관 순환치료기계(EECP)를 통해 신체적인 증상 완화를 시킬 수 있습니다.

한의원에서 이뤄지는 치료와 함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전략적인 사고도 필요합니다. 운동, 취미, 명상 등 뭐든 도움이 되지만 특히 자신이 재미있어하고, 자신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금은 이기적으로 보일지라도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꼭 뭔가를 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을 위해 그토록 고생했으니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병은 결코 나쁜 사람이 걸리는 병이 아닙니다. 오히려 착한 사람이 참다가 걸리는 것이니 치료를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