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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보약은 허사? 1년 건강을 좌우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4-08-06 (화) 09:36 조회 : 366


강병령 광도한의원 대표원장·한의학 박사

요즈음 날씨가 정말 심상치 않다. 연일 폭염이다. 이러한 날씨에는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흔히 일사병 및 열사병으로 알려진 각종 온열질환이 생길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방적으로 치료 및 예방할 방법이 많이 있음에도 여름에는 한약을 복용하면 땀으로 배출돼 효과가 적다는 잘못된 인식이 더러 있다.

여름에 생기는 질환을 한의학에서는 서병(暑病), 주하병(注夏病)이라고 한다. 냉방시설 등이 없던 예전의 상황을 고려하면, 여름철 질환에 대한 서술 및 치료법 등이 오히려 현대보다 더 상세하다고 할 수 있다. 여름철 질환의 치료의 핵심을 동의보감에서는 ‘하서의보기(夏暑宜補氣 · 여름 더위에는 마땅히 기(氣)를 보충해야 한다)’고 돼 있다. 여름철 더운 환경에 노출이 잦아지게 되면, 체온조절을 위해 땀이 배출되고, 피부의 모공의 운동성 또한 늘어난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대사량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에너지를 한의학에서는 기(氣)라고 하며,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위기(衛氣)라고 한다. 즉, 장부적으로는 폐의 기운이 이를 관장한다고 했다. 이에 동의보감에서는 이러한 기운을 보충하는 것이 여름철 건강에 가장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이 말은 여름철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배출된다는 속설에 완전히 반대되는 설명이다. 여름철 기운을 올리는 보약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여름철 더위에 의한 질환의 치료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여름철에 섭생을 잘못하게 되면, 겨울철 각종 호흡기 질환 및 전염성 질환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동의보감에서는 동병하치(冬病夏治, 겨울 병을 여름에 치료한다)라고 한다. 여름은 인체의 양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피부가 열리는 시기인데, 이에 대한 섭생이 잘못되면 위기(衛氣) 및 폐를 상하게 해, 겨울철에 호흡기 및 전염성 질환에 이환되기 쉬우므로, 여름철 섭생 및 치료를 통해 일 년 건강을 모두 챙기기 위함이다.

한의학에서 이러한 여름 병에 가장 유명한 처방은 생맥산이다. 인삼 오미자 맥문동 등을 넣고 달여서 먹는 방법인데, 이 처방에서 주의할 것은 각 약재가 각자의 체질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한의사와 상담하고 처방받는 것이 좋다. 생맥산 자체로는 근본적인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므로 각자의 기운의 상태와 맥의 상태를 확인하고, 본인에게 맞는 처방을 하면서 생맥산을 추가하는 방식이 더 이롭다. 체력 저하가 심한 경우에는 녹용대보탕이나 공진단 등으로 원기를 보강하여 오장육부의 기능을 활성화 시켜 주는 것이 좋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지 않은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몸에 좋은 운동을 한다고 여름철 더위에 땀을 너무 내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으며,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인 음수량은 꼭 지켜야 하며,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의 초기 증상이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서늘한 환경으로 옮겨야 한다. 여름철 질환은 그 자체뿐만 아니라 겨울철 또는 일 년 동안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이에 취약한 경우 한의원에서 면밀한 진단을 통해 치료를 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