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세한의원 강동민 원장
요즘 밀키트나 간편식과 같은 음식이 많다. 필자도 그런 제품을 사먹곤 하는데 가끔 홍보문구에서 ‘정력(精力)에 좋다’는 내용을 보게 된다. 물론 시중 식당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홍보문구다. 그런 걸 볼 때마다 과연 정력에 도움이 되긴 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정력이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넓은 의미에서 정력이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왕성한 에너지, 즉 활력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좁은 의미에서 정력은 남성의 성 기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후자의 의미로 쓰이는 예가 더 많다. 앞서 언급한 ‘정력에 좋다’고 홍보하는 음식들 역시 후자의 의미를 뜻한다. 심장에 좋다거나, 폐에 좋다고 이야기하는 요리는 많지 않은데, 유독 정력에 좋다는 요리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뭘까. 성 기능 문제는 남성의 오랜 고민거리이자 관심거리라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성기능 장애는 발기부전이나 조루로 대변된다. 두 가지 모두 신체적, 정신적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인체의 기혈(氣血)과 장부(臟腑)의 불균형에서 기인한 결과로 보고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나이가 들면서 신장에 저장되어 있는 선천적인 기운이 부족해지고, 스트레스와 과로로 간기(肝氣)가 울결되면서 나타나는 발기부전이다. 또 기운이 부족하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거나, 비만이나 고지혈증 등으로 말미암아 몸에 습담이 쌓일 경우에도 발기부전이나 조루가 생긴다.
정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주로 남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기기 쉬운데, 실제 임상에서는 여성의 성 기능 장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생활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불감증부터, 통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출혈까지 일으키는 음부건조증 질경련증 등 여성 성 기능 장애가 많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이런 문제에 관해 민망하다고 여긴 결과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기 일쑤다. 성 기능 장애는 단순히 성생활의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몸 전체에서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이므로 이를 무시하고 지나치면 더 큰 질병을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발기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체질과 증상에 맞추어 한약을 처방한다. 발기부전은 신장과 간 기능의 문제, 트라우마나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문제 등 다양한 발병 원인이 있는 만큼 정확한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한약재로는 녹용 인삼 구기자 복분자 육종용 보골지 시호 백작약 영양각 등을 주로 쓰는데, 이러한 한약재는 신장의 양기를 보충하거나 간 기능을 조절해 전반적인 생리 기능을 개선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약재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의 개선,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등 생활 습관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정력과 성 기능 장애의 문제는 단순한 영양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만큼 정력에 좋다는 음식이 꼭 정력에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지방, 고칼로리의 음식으로 말미암아 성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문제가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고 전반적인 건강을 개선하는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