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정말 더웠다. 여름 더위가 한창일 때나 장마가 길어지면 다한증 환자가 늘어난다. 지난 여름에는 “가슴이 답답해요”, “눈이 침침해요”, “입이 바짝 말라요”, “귀가 울려요”,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워요”, “자다가 열이 나서 잠을 깨요” 등 다양한 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예년보다 많았다. 겨울로 접어든 요즘에도 여전히 얼굴이 붉고 손바닥이 후끈한 열증 환자가 치료를 위해 진료실을 찾는다.
우리 체온은 평균 36.5도이고, 36~37.5도의 정상범위 내에서 일정하게 유지된다. 같은 지역에 살아도 더위를 잘 타는 사람이 있고, 추위를 잘 타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체질이라도 몸이 찰 때도 있고 더울 때도 있으니 열이 많으면 소양인, 몸이 차면 소음인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앞서 언급한 열증 환자 중에는 몸이 피곤해서, 면역을 키우고 싶어서, 중풍 예방에 좋다고 하니까 홍삼 마늘 양파 등을 꾸준히 섭취한 사람이 많다. 자신의 체질과 몸 상태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건강정보를 잘못 이해하고, 오랫동안 열성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심각한 열증으로 고생하는 예를 많이 본다.
태어날 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얼굴과 몸의 피부색이 대체로 붉고 햇볕에 잘 타서 검은 편이다. 찬물을 선호하고 물을 많이 마시며 몸 전체 또는 상체에 땀이 많다. 소변 색은 대체로 진하고 대변이 단단하거나 변비 경향이다. 반면 피부가 흰 사람은 몸이 찬 편인데 그 사람이 더위를 많이 타고 열증이 심하다면 아마도 식사량이 많고 체중이 늘어 체내에 진액이 과다하게 축적됐거나 본인이 열성 음식을 오랫동안 잘 못 섭취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열은 상승하고 소모하는 성질이 있어서 대체로 눈 코 입 귀 등 위쪽 기관과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고 건조증과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열이 많으면 잘 때도 불편하다. 발을 이불 밖에 내놓고 시원하게 해야 잠이 오고,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열증에 대한 접근과 치료는 체질마다 다르다. 소음인의 경우 계획한 대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하고, 친하지 않는 불편한 사람들과 지속해서 대면해야 하면 스트레스가 급증한다. 소음인은 타고난 기운이 적은데, 이미 소모된 기운을 어떻게든 상승시키려 애 쓰는 과정에서 머리 목 가슴 등에 열증이 발생하게 된다.
소양인은 외향적이고 능동적이어서 공적인 일 처리는 빠르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완만하게 내실을 다져야 하는 사적인 일 처리에서는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화를 내고 조급해져서 신체적으로 열증이 나타날 수 있다. 태음인은 눈이 침침하고 건조하고 코가 마르고 막혀서 오래 누워있지 못하고 목이 마르고 소변 색은 진하고 대변이 시원하지 않다.
체질 진단과 치료는 꼭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 인삼 홍삼 꿀 마늘 양파 생강 고추 등의 열성음식은 무작정 오래 먹어서는 안 되니 평소 주의가 필요하다.
전수형 동의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