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웅진한의원 원장
올해는 11월 중순까지도 예년과 달리 온화하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어 가을이 참 길다고 느껴질 정도다. 단풍이 이제 드나 싶더니 며칠 새 갑자기 한파가 몰아치며 건조하고 추운 겨울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얼마 전에는 폭설까지 내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갑작스러운 날씨의 변화는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춥고 건조한 겨울이 되면 갑작스런 기온저하로 말미암아 혈관이 수축되어 심뇌혈관계 질환, 특히 뇌졸중(중풍)의 위험도가 커질 수 있다. 혈관이 수축하면 뇌혈관이 막혀 뇌경색이 발생할 확률이 커진다. 또한 혈관이 수축되면 혈압이 오르는데 기온이 1도 내려갈 때마다 혈압은 0.2∼0.3㎜Hg씩 올라간다고 한다. 혈압이 높아지면 평소 약해져 있던 부분이 터져서 뇌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낮은 온도로 말미암아 경직된 근육과 관절에 통증이 심해지고, 낙상으로 골절환자가 많아진다. 이뿐만 아니다. 밀폐된 실내에서의 활동시간이 늘어나는 데다 장시간 난방으로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호흡기 질환도 발병하기 쉽다. 이렇듯 온도와 습도의 변화만으로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수 있어, 미리 대비하고 예방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겨울철 생활 수칙으로는 실내 온도를 18~20도 정도로 유지하고 공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가습기를 켜거나 젖은 수건, 빨래 등을 널어놓는 것이 좋다. 또한 난방기 사용으로 탁해진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해주어야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외출 시에는 항상 따뜻한 옷을 입어야 하며, 특히 목 뒤쪽(풍지혈), 발목 안쪽(삼음교혈)을 따뜻하게 해주어야 한다. 목도리를 착용하거나 발목을 완전히 덮는 긴 양말을 신어 목과 발목이 찬 기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겨울철엔 근육과 인대가 수축해 유연성이 떨어지고 뻣뻣해지므로 외출 후에는 실내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마사지, 반신욕을 함으로써 뭉친 근육을 자주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개선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흡연과 지나친 소금 섭취 등 혈관 건강에 나쁜 것은 삼가야 한다.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데에는 유자차와 계피차가 좋다. 유자차는 혈액순환을 개선해줄 뿐만 아니라 감기예방, 피로회복, 피부미용에다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계피차는 항균작용, 감기 예방, 혈액순환 개선에 좋고 속이 찬 사람의 위장을 따뜻하게 해준다. 겨울철에 유용한 혈자리는 풍지혈 곡지혈 관원혈이 있다. 풍지혈은 목 뒤 중앙에서 양쪽 1.5㎝에 자리 잡고 있다. 풍지혈을 자주 마사지해주면 뭉친 목 어깨 근육을 풀어줄 뿐만 아니라 두뇌 혈액순환에도 좋다. 곡지혈은 팔꿈치를 굽혔을 때 생긴 금의 끝부분에 있는데, 뇌혈류 개선에 좋고 변비도 예방할 수 있다. 관원혈은 배꼽 아래쪽으로 3촌(본인 손가락 4개정도의 폭) 아래에 있는데, 관원혈을 눌러주거나 관원혈에 따뜻하게 뜸을 떠주면 원기 보충, 항노화, 수족냉증 예방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날씨의 변화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으니, 추운 겨울을 대비하고 면역관리를 충분히 해 스스로 건강을 지켜내는 자세가 필요하다.